[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리 결정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해서 신중히 대처하고 있다. 금리정책 결정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근길 질의응답 발언)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0.75%p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금리차는 1%P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자본유출 우려 등 한은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다만 '고용 쇼크' 등 경기침체 상황에서 바로 금리인상에 나서기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서만 3월과 6월에 이은 3번째 기준금리 인상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연 1.5%)와의 격차도 0.75%p로 확대됐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0.75%P로 확대된 것은 2007년 7월 이후 11년 2개월만이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은 2000년 5-10월 1.50%p로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한국은행] |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거시 경제 상황, 금융 불균형의 축적 가능성을 감안해 볼 때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밝혔왔다"며 "그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한미 정책금리 차이가 75bp로 확대됐고, 미국은 앞으로도 금리 올릴 계획으로 있기 때문에 내외 금리차를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 흐름의 추이를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추가 금리 인상을 놓고 금통위원간 의견이 엇갈렸지만,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주열 총재와 이일형 위원을 제외한 5명 중 2명의 위원이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해야 한다며 인상 의견을 냈고 또 다른 2명의 위원은 부진한 물가와 경기 하방리스크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1명의 위원은 중립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일형 금통위원은 "현재 통화정책의 온화 기조 아래 금융 금융불균형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에서 1.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안한 경기지표는 올해 금리인상에 큰 걸림돌이다. 물가와 고용지표 등을 두고 금리를 올려도 되는 여건인지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신흥국 불안 등도 주요변수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가 앞으로 3주 남아있고, 그 사이에 봐야 할 변수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앞으로 발표될 지표, 미중 무역분쟁 등을 봐가면서 고민해가면서 판단할 계획"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한편 뉴스핌이 지난 20~21일 채권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10월 금통위의 선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3명이 인상을 각각 예상했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10월 18일과 11월 30일 두 차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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