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독일은 터키와 경제적으로 협력하길 원하지만,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비롯한 예민한 주제들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2박 3일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7일 독일 베를린 테겔 국제공항에 도착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르켈 총리는 27일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분명히 몇 가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메르켈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인권과 터키 내 독일 수감자 문제를 모두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인권 상황은 내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독일 순방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도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우리는 교역을 늘리고, 경제적인 관계를 증진하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며 "양국의 번영과 미래를 위해, 상호 이익을 증진하고, 갖고 있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적었다.
독일과 터키 양국은 '귈렌 운동'의 테러리스트 단체 지정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터키는 2016년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도 알려진 미국계 이슬람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을 추종하는 '귈렌 운동'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독일에 촉구해왔다. 반면 독일은 해당 단체가 에르도안 정부의 전복을 시도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터키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여기에 2016년 터키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후, 독일로 망명을 떠난 군 장교들의 소환 요구를 독일이 거부하자 양국의 외교적 마찰은 심화됐다. 이후 터키 정부가 쿠데타와 관련 혐의가 있는 인사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독일 시민을 체포해, 양국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독일과의 관계 경색을 겪은 데 이어 수년간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터키는 올해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여부로 미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경제난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은 브런슨 목사의 석방 요구를 터키가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8월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인상했다. 미국의 경제 보복 이후 터키의 통화인 리라의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40% 가량 폭락했다.
결국, 터키가 위기 타개 방안을 모색하던 중 독일과의 경제 관계 회복을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독일 순방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 정상화는 독일에도 시급한 사안 중 하나다. 현재 독일에 300만 이상의 터키계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시리아 난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로서는 터키의 도움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독일과 터키 양측 모두 터키가 독일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 회복이 독일 제조업체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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