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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무용에서도 사회정치 문제 다뤄야"…난민을 바라보는 '시댄스 2018'

기사등록 : 2018-10-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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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의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
"무대는 시각화하는 도구일 뿐…은유를 통해 현상 공유"
오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서강대 메리홀, KOCCA 콘텐츠 문화광장 등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유럽에서는 무용뿐만 아니라 미술, 건축 등 다른 분야에서도 사회정치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왜 다루지 않는가 생각이 들었다."

시댄스 개막작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공연 장면 [사진=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SIDance 2018)가 1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유럽의 떠오르는 신진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의 작품으로, 1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피에트로 마룰로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대에서 난민촌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올해 '시댄스'의 주제는 '난민(Refugee)'이다.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아르테 포베라 운동(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전위적 미술운동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해 구체적인 삶의 문맥에서 예술을 바라보게 하는 것)의 중심인물인 이탈리아 미술가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마치 빛이 공간을 차지하듯 부피가 부풀어오르는 오브제를 만들어 공간을 채운다. 오브제는 거대자본주의, 정체성의 포기,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의 형상화로 유럽의 난민과 이주 문제를 암시한다.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 [사진=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마룰로는 "'난파선'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은유다. 사람들이 왜, 어떻게 사라지고 나타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해 이것이 무대를 장악하거나 사라지면서 표현된다"며 "직접 난민촌이나 정치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이 방법이 경제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무대는 시각화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제 역할이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알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은유를 통해 이런 현상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에트로 마룰로는 매년 유럽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진 안무가 20인을 선정해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 트웬티(Aerowaves Twenty)'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덴마크,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멕시코, 이스라엘, 노르웨이, 미국, 대만 등 올해에만 15여 건의 초청을 받으며, 만 33세의 젊은 나이인 그의 명성을 단박에 신인에서 중견급으로 올려놓았다.

마룰로는 "유럽에는 좋은 네트워크 시스템이 있다.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서 좋다"며 "유럽에서는 현재 무용계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부가 정치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자주 난민들의 배가 난파하는 비극을 봤다. 국제적, 국가적 문제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도 문제다. 정치계에서는 이를 남용하고 있다.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유럽에서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 [사진=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20년간 무용예술을 일반 관객들에게 보급, 확장하고 젊은 무용가들을 외부에 보여줬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창작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무용도 사회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고, 해야한다는 것을 무용계 내외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제주도 예맨 사건도 벌어지고, 아직 국내에 부정적인 여론이나 경계가 크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난민 편이다' '아니다'의 의견은 전혀 없다. 이 문제를 춤이라는 예술 장르로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으로 소박하게 시작한다"며 "유럽에서는 다른 분야에서도 관심이 많은데 무용계는 장르 특성상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루기 힘든 것 같아 일부러 했다. 우리나라 무용가들은 조금 사회정치적 문제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어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피에트로 마룰로의 '난파선-멸종생물의 목록'을 시작으로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 룩셈부르크, 시리아, 중국, 일본, 한국 등 26개국 60개 단체의 5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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