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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예능감 '충만' 안민석, 문체위에 상상력을 불어넣다

기사등록 : 2018-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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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조특위서 맹활약하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4선 의원으로 20대 국회 후반기 문체위원장 맡아
깨알같은 유머와 드레스코드로 국회 엄숙주의 배격
"문화적 상상력이 흘러넘치는 그런 회의장이 됐으면"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일곱 분의 의원들 질의를 들었는데 해방 이후 이렇게 품격있는 위원회가 있었는가 싶습니다. 위원장만 품격을 갖추면 해방 이후 가장 품격있는 문체위 상임위가 되겠습니다" (8월 27일 문체위 하반기 첫 회의서 안민석 위원장)

2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에서 활약하며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원장으로 데뷔하면서 맘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깨알같은 유머코드로 자칫 험악해질 수 있는 상임위 회의를 훈훈하게 이끄는가 하면 피감기관 임직원의 사정을 고려해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시간을 약속했다. 장시간 대기로 생리적인 고통을 겪는 것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안민석 위원장이 노타이 차림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안민석 의원실 제공>

지난달에는 문체위만의 '드레스 코드'를 만들겠다며 여야 간사와 합의해 '노타이' 상임위를 연출했다.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피감기관 수장들까지 '노타이'로 상임위에 참석,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회의 말미까지 이어졌다.

'지나치게 가벼운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상임위가 통상 '목청 높여 싸우기', '피감기관 임직원 윽박지르기'로 점철되는 것을 떠올리면 협치와 해학을 지향하는 모습이 자못 신선하게 다가온다.

안 위원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문체위 회의실과 복도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문체위는 20대 국회 후반기부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떨어져 나왔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교육 부문이 떨어져나가다보니 언론의 주목도도 떨어진다.

안 위원장이 "교문위 시절이었으면 회의 막판까지 카메라가 열 대는 남아있었을 텐데 지금은 한 대도 없다"고 아쉬워할 정도다. 교육이 빠지다보니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사진=장동진 기자>

4선 만에 처음으로 상임위원장을 꿰찬 안 위원장은 문체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틈나는대로 여야 의원들을 향해 썰렁한 농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첫날 여야 간사를 향해 "세 분의 연로하신 간사님들 제가 잘 모시겠다"고 하는가 하면, "늦어서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첫 인사를 한 유은혜 의원을 향해선 "아주 무성의한 인삿말을 하시네요"라고 핀잔을 준다.

우상호 의원과 한선교 의원의 공격에 시달리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에게는 "우상호 한선교 의원 지역구에 도서관-체육관-수영장 융복합시설을 시범적으로 지어드리자"고 제안한다.

상임위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향해서는 "6선임에도 첫날 서면질의를 하셨다, 해방 이후 최초 다선의원으로서 모범을 보이셨다"고 칭찬아닌 칭찬을 던진다.

발언권을 요청하는 한선교 의원에게는 "추가 질의 시간에 질의해도 국가안보에 지장 없는 것 아닌가요"라며 자제를 부탁한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여야 의원들이 저 마다의 드레스코드로 옷을 맞춰입고 참석했다.<사진=안민석 의원실 제공>

각 종 TV 토론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갈고 닦은 예능감으로 무장한 채 문체위 상임위 사회를 맡고 있는 안 위원장은 4선 의원으로 체육교육과와 교육학 전공을 살려 줄곧 교육·문화 관련 상임위에 몸담았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위에서는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게 "제가 밉죠?"라는 질문을 던졌다가 "네"라는 대답을 얻어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체위원장으로서 국회 구석구석 배어있는 엄숙주의를 지워가고 있는 안 위원장. 그는 문체위를 상상력이 넘쳐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는다. 의원들에게 노타이를 제안한 것도, 문체위 회의실과 복도를 새롭게 꾸미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 달에 한 번 문체위 의원들이 모여 연극 뮤지컬 박물관 미술관 스포츠 경기 등 현장체험을 할 계획도 잡아놨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휩쓸고 간 한국 문화·체육계가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융성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사명감이 녹아있다. 

안 위원장은 "단순히 '노타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작은 실천이지만 문체위가 문화적 상상력이 흘러넘치는 그런 회의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감기관과 함께 대한민국 문화 발전을 위한 공간으로 상임위가 활용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더 어마어마한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제4차 청문회에서 안민석 의원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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