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수습기자 = # 서울 건대입구역 2번 출구 근처에 있는 야외공연장을 자주 찾는 이들은 바로 '흡연자'다. '문화예술의 장'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흡연자가 금연구역과 사람들 눈치를 피해 담배를 태우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인근 상인들은 '풍선효과'를 지적한다. 지하철역 출구에 있던 흡연부스가 사라지면서 공연장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설명이다. 서울 광진구는 건대입구 2번 출구 앞에 설치된 흡연부스를 철거했다.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서울시 조례 때문이다.
지난 1일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 야외공연장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자들 뒤로는 흡연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노해철 수습기자> 2018.10.01 sun90@newspim.com |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자들은 길거리를 헤맨다. 그들은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구역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야외공연장에서 만난 이모(24)씨는 "금연구역 확대 취지는 이해하지만 흡연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면서 "흡연자가 눈치 보지 않고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거리 흡연시설을 운영 중인 자치구는 25개 중 15개에 불과했다. 흡연시설은 총 62개소로 양천구(10개소), 송파구(9개소), 서초구(8개소) 등에 마련됐다. 반면 서울시가 조례에 따라 지정한 실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기준 1만9201곳에 달한다. 실내 금연구역까지 합하면 금연구역은 총 26만5113곳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을 피해 골목, 건물 옆 공간 등을 찾으면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야외공연장 맞은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4)씨는 "담배 연기로 인해 문을 열어놓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건국대학교에서 만난 양모(24)씨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건물 앞이나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려면 흡연자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도록 흡연구역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 운영자는 "비흡연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 흡연구역에서 철저하게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끔찍한 부작용과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 인근의 흡연구역에서 흡연가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담배에 부과된 건강증진부담금 중 일부를 흡연시설 확대를 위해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명확히 나눠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지난 2월 한국납세자연맹이 3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건강증진부담금 수입예산인 4조365억원 중 금연사업에 배정된 1500억원(3%)이 적정한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62%가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41%는 '매우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이러브스모킹 측은 "2018년 건강증진부담금 수입예산인 4조365억원 중에서 금연사업에 배정된 금액은 1500억원(3%)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금연구역에 비례하여 흡연시설을 보강하는 분연정책이 우선 시행되는 등 공평하고 투명한 기금운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흡연시설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시청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TO)의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는 흡연시설 설치를 지양하라고 권고한다"면서 "흡연시설 설치는 금연정책 추진과 모순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구의 흡연시설을 설치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면서 "흡연으로 인한 민원이 너무 많다거나 주변 환경이 너무 지저분해서 도저히 감당되지 않을 때 개선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흡연시설을 설치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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