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검찰이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 스리랑카 국적 일용직 근로자 A(27)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이 국가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책임을 힘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7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휘발유 탱크가 폭발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저녁까지 화재가 진압되지 않아 검은 연기가 서울도심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2018.10.07 yooksa@newspim.com |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9일 A씨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한 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대한 과실'이 전제되는 중실화 혐의는 그 위험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적용된다. A씨가 화재 당시 정황이 담긴 CCTV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중실화 혐의와 관련해 인과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며 경찰에 보강 수사 지시를 내리고 영장을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10일 보강수사를 통해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끝내 기각했다. 결국 A씨는 긴급체포된지 48시간만에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경찰의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기각되면서 애초에 경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A씨에 대한 동정론과 경찰을 향한 비판 내용의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쓰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라는 청원이 3000여명 가까운 동의를 얻기도 했다.
호기심에 풍등을 날려 실수로 불을 낸 A씨가 아니라, 폭발이 발생하기까지 18분 동안이나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를 향해 경찰이 칼날을 겨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사는 화재 당시 2명의 직원이 CCTV를 볼 수 있는 상황실에 있었으나 화재 발생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또한 저유소 외곽에는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측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공사는 화재 발생을 인지하지 못한 시간을 경찰이 발표한 18분이 아닌 9분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상황실 근무 인원에 대해서도 경찰과 말이 맞지 않는 등 수사과정에서 의문점이 여럿 존재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전날까지 공사 측 관계자 1명을 불러 피해상황 등을 조사했을 뿐 모든 초점을 A씨에게만 맞췄다. 경찰은 이날 뒤늦게서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광역수사대와 고양경찰서 강력팀 등 22명을 전담팀으로 편성해 공사 측의 업무상 과실 혐의 등을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A씨와 풍등을 전면에 내세우던 경찰이 수사가 막히자 뒤늦은 대처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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