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안전관리 소홀로 저유소 폭발사고까지 이어진 대한송유관공사가 지난해 주주사 배당 지급액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은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이었다.
11일 대한송유관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한송유관공사가 주주사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35억원으로 2016년 90억원에 비해 50% 늘었다.
2017년 기준 당기순이익 354억원에 비춰보면 배당성향은 38%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55억원, GS칼텍스는 39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주요 주주는 정유사이고, 주요 사업인 송유관 사업 역시 정유사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즉, 정유 4사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배당을 통해 다시 정유사로 지급하는 형태다.
현재 대한송유관공사의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지분 4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GS칼텍스(28.6%), 산업통상자원부(9.8%), S-Oil(8.9%), 현대중공업(6.4%), 대한한공(3.1%), 한화토탈(2.3%) 등이 주주다.
2001년 정부가 대한송유관공사를 민영화하는 과정에 정유사들에 지분을 나눠주며 정유사들이 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올랐다.
정유사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각 정유사의 점유율에 따라 지분을 나눠줬고, 자의라기 보단 정부에 의해 지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송유관 사업은 대한송유관공사가 독점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민영화이전인 1999년 이미 8800억원 규모의 송유관 시설을 보유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된 현 시점에 민간기업이 큰돈을 들여 인프라를 깔아 송유관 사업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유공장에서 저유소까지 석유를 운반하는 유통을 수단별로 보면 송유관 운송비중은 전체 수송량의 절반 이상이다. 유조차나 철도, 선박 등을 통해서도 수송이 가능하지만 송유관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독점적인 사업구조로 지난해 대한송유관공사의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했다. 영업이익률은 2015년 20.8%, 2016년 28.7%, 2017년 29.4%을 매년 증가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송유관공사가 송유관을 깔 때부터 지금까지 총 3000억원 넘게 투자했고, 2013년부터 배당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이미 송유관을 다 깔았고, 현 시점에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배당성향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점적인 사업구조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그 수익이 고스란히 정유사로 배당되고 있지만 정작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대한송유관공사 폭발사고와 관련해 "경인지사가 '정부 인가 안전관리규정'에 따른 자위 소방대 및 긴급복구대를 운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입수한 대한송유관공사의 내부 안전관리규정 문건에 따르면 경인지사는 자위소방대 및 긴급복구대의 안전관리조직을 둬야 하는 비상사태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4단계로 구분해 발령한 뒤 자위 소방대 또는 긴급복구대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경인지사는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18분 동안 화재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자위 소방대 운영 등의 비상사태 초동 조치를 하지 못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회사의 안전관리 실패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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