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라돈 사태' 이후 암이 발병했다는 피해자들의 연락이 여전히 오고 있습니다. 날마다 1급 발암물질 라돈에 피폭된 피해자들에게 18만원은 말도 안 됩니다"
대진 '라돈 침대' 보상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피해자 보상금이 1인당 최대 18만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변호인 측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진침대는 라돈 매트리스 수거·폐기 비용에 약 180억원의 현금자산을 전부 사용해 130억원의 부동산 자산만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소비자원이 "남은 130억원을 전체 피해자가 균등하게 나눠 갖는 방식으로 배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이 금액을 리콜된 매트리스 69000여 개로 단순 나눔하면 1인당 최대 18만원의 보상금을 받는다는 전망을 내놨다.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대진 침대 직영점 전경. [뉴스핌 DB] |
이에 대해 법무법인 로덱 김지예 변호사는 15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대진침대 피해자 집단 소송 중 가장 큰 규모인 4600여 명의 피해자 변호를 맡고 있다.
김지예 변호사는 먼저 단순 피해자와 소비자 분쟁 조정 참여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보상금을 나눠 갖는 집행 권한이 발생하려면, 소비자들의 직접 참여가 성립돼야 한다"며 "즉 69000여 개의 매트리스 피해자 모두가 아니라, 집단 소송 또는 소비자 분쟁 조정에 참여한 사람에 한해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소비자원 집단 분쟁 조정에 참여한 인원은 총 6387명으로 집계된다. 또한 여러 집단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대략 5000여명 안팎이다. 즉 10000명이 약간 넘는 숫자의 피해자들만 대진침대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이어 김 변호사는 대진침대에만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대진침대의 자력 보상은 어렵다는 것을 예측했다"며 "원자력 물질을 생활제품에 들어가도록 방치한 국가와 제품 안전성을 보증하는 보험사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소송 피고로 대진침대와 신승호 대진침대 대표이사 외에도 국가, DB손해보험을 올려 놓았다. DB손해보험은 대진침대가 가입한 제조물책임법 보험사로, '라돈 침대'와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지예 변호사는 현재 1인당 최소 1000만원을 청구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라돈 잠복기가 최대 10년이 넘는데, 언제 암이 발병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에게 1000만원은 결코 큰 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여전히 책임을 대진침대에만 떠넘기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정민 위원장은 "라돈 침대 보상문제는 실제로 대진침대의 책임"이라며 "직원 수 150명에 불과한 원안위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강 위원장은 오는 19일까지 라돈 제품 피해자들과 관련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 제출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돈 사태'가 5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책은 여전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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