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맑았던 중국 대기가 또다시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 성장이 위협받자 중국 당국이 환경보호 규정을 완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향수 헤어스프레이 등 일상생활 오염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베이징(北京)의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 농도가 223㎍/㎥까지 치솟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TO)의 권고 수준(10㎍/㎥)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이달 초만 해도 2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9월29일~10월13일까지 베이징 미세먼지 농도 [사진=웨이보] |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당국의 조치가 요구되는 가운데, 중국의 미세먼지는 중공업 제조업 등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인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왕겅천(王庚辰)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은 “향수 헤어스프레이 세제 청결제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가 초미세먼지를 만들어 낸다”며 “이 같은 간접 오염원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VOC가 직접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건 아니지만, 이로 인해 작용되는 화학반응이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스아이쥔(石愛軍) 베이징 환경과학연구원 부원장도 “VOC가 함유된 생활용품, 특히 향수 헤어스프레이 방향제 살충제 청결제 등 에어로졸(Aerosol) 제품으로 대기오염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당 및 일반가정 부엌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반응으로 대기오염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5월 환경보호국은 ‘과학기술 보고서’를 통해 “베이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의 12%가 일상생활에서 나온다”며 “공업으로 인한 오염과 같은 수치”라고 밝혔다.
왕수샤오(王書肖) 칭화(清華)대학교 환경학 교수는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 철강 등 공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오해”라며 “공업 일상생활 석탄 등이 대기오염에 영향을 주는 범위는 거의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베이징(北京)의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 농도가 223㎍/㎥까지 치솟았다 [사진=바이두] |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를 후순위로 미룬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펑황왕(鳳凰網)은 “미세먼지 감축 목표치 하향과 함께 베이징 등 수도권에 스모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 금융적 타격을 받자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보호 규정을 완화한 것”이라며 “경제성장을 환경보호보다 우선순위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이후 해당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초미세먼지 감축 목표치를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석탄 등 오염원 활용을 제한해온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목표치를 다시금 낮춘 것이다.
본격 난방철을 앞둔 만큼 그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모그가 다시 돌아오자 애꿎은 생활 속 미세먼지 유발 물질을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맑았던 중국 대기가 또다시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사진=바이두] |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 방지를 위한 일련의 대책을 펼쳐왔다. 2015년 당국이 독일 일본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진정한 제조강국을 이루는 게 목표인 ‘중국제조(中國制作) 2025’를 주요 전략으로 내걸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 것이다.
환경보호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의 PM2.5 농도는 지난 2013년 89㎍/㎥에서 58㎍/㎥로 약 35% 감소했다. 공장 이전 의혹이 제기됐던 산둥(山東)성 지역의 오염도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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