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제조 비용이 비싸고 대규모로 제작이 어렵다는 한계로 일부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돼온 단결정 금속 포일의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술이 개발됐다.
포일(foil)이란 0.05mm 이하의 두께로 얇게 늘인 금속 박지(箔紙)를 뜻한다. 다시 말해 금, 알루미늄 따위의 금속을 종이와 같이 얇게 편 것으로 보면 된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로드니 루오프 단장(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은 신형준 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유원종 성균관대 교수와 공동으로 값싼 상용 다결정 금속 포일로부터 고부가가치의 단결정 금속 포일을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공정은 단결정 금속의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해서 단결정 금속의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단결정 그래핀을 촉매로 사용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단결정 그래핀 등 차세대 전자소재 개발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이날 게재됐다.
[그림] 무접촉 열처리를 이용한 단결정 구리 포일 제작 : 상용 다결정 구리 포일을 석영 거치대에 매단 상태에서 수소 대기 하에 고온의 열을 가해 손쉽게 단결정 구리 포일을 제조했다(위 그림). 제조된 단결정 구리 포일을 후방산란전자회절(EBSD)으로 분석한 결과 포일 전체에 걸쳐 균일한 파란색 이미지가 나타났다. 이는 포일 전체가 하나의 결정 방위만을 가지는 단결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2018.10.19.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연구진에 따르면 같은 소재라도 구성 원자의 배열에 따라 특성이 전혀 다른 물질이 된다. 다결정은 원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사이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긴 상태다. 반면 단결정은 내부의 구성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순수한 고체 상태로,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 등에서 우수한 특성이 많다.
연구팀은 ‘무접촉 열처리’라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 기존 비용에 비해 1000분의 1로 낮은 제조 비용으로 최대 32㎠의 대면적 단결정 금속 포일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무접촉 열처리 기술은 다결정 금속 포일을 공중에 매단 상태에서 수소 대기 하에 고온의 열을 가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단결정 금속 포일을 제조할 수 있는 공정이다.
이 기술로 제조한 단결정 구리 포일은 원재료로 사용된 다결정 구리 포일에 비해 전기저항이 7% 가량 낮은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나타냈다. 단결정 구리 포일은 알루미늄 포일처럼 얇게 펴진 구리를 말한다. 다결정 구리 포일의 가격은 1㎠ 당 38원 수준이지만, 단결정 구리는 동일 면적에 18만원 수준으로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또 연구진은 무접촉 열처리로 제작한 단결정 금속 포일을 기판으로 사용해 다결정에 비해 전기적, 열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단결정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루오프 단장은 “구리, 니켈, 코발트, 백금 등 다양한 금속들을 손쉽게 단결정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실리콘 단결정 성장 기술의 발견이 현재 반도체의 역사를 연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세상을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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