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40년 지기 친구 태수(유해진), 석호(조진웅),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는 오랜만에 커플 동반으로 모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누군가 게임을 제안한다.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통화, 문자, 이메일 등 모든 연락을 공유하자는 것. 모두 흔쾌히 응하지만, 재미로 시작한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그마한 기계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밀이 담겨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팩트 스트레인지’(Perfect Strangers, 2016)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이란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드라마 ‘다모’(2003), ‘더킹 투하츠’(2012), 영화 ‘역린’(2014)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기대 이상이다. 풍성한 스토리,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말맛 넘치는 블랙 코미디,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중무장했다.
이 감독은 테이블을 둘러싼 일곱 명의 친구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개인과 가족, 나아가 현 사회 문제까지 짚어냈다. 그러면서도 에피소드를 인물별로 골고루 배치해 균형을 잡았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입식 메시지 전달은 피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터지는 코미디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다. 단언하건대 근래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코미디 타율이 높다. 그 중에서도 유해진과 윤경호가 처한 상황과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음악도 웃음 포인트다. 코미디 대부분이 성적인 농담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 역시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은 케미스트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적역인 배우들을 캐스팅하기도 했고 워낙에 베테랑들이라 연기에 빈틈이 없기도 하다. 누구 하나 과하거나 부족해 조화를 깨는 이가 없다. 이순재를 비롯해 라미란, 조정석, 조달환, 진선규 등의 목소리 연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타인에게 무엇까지 공유할 수 있나’ 자문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완벽한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완벽하게 타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성별, 직업, 나이에 관계없이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동질감은 묘한 쓸쓸함과 서글픔을 남긴다. 오는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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