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부산의 한 군 납품업체에서 근무하던 병역특례병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7월 업무를 시작한 이 병역특례병은 평소 주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부모와 친구들에게 괴로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의 동의를 얻어 사건 당시를 역순으로 재구성한 결과 고 김성은씨는 병역특례병으로 일하면서 노동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방병무청 전경[제공=부산지방병무청] 2018.8.24. |
#사건 당일. 지난 2일 오전 6시 20분쯤 경찰이 최인영씨의 집 문을 두드렸다. 경찰은 아들 김성은(21)군의 면허증을 보여주며 “이 집에 사는 것이 맞는지” 물었다. 불길한 느낌에 휩싸인 최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찰을 따라간 최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차디찬 바닥에는 성은이가 쓰러진 채 누워있었다. 경찰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약 6시간 전. 전날 오후 11시 50분쯤 성은이는 퇴근길에 집 근처에서 소주를 2병 샀다. 곧장 집에 들어가지 않고 근처를 뱅뱅 돌았다. 성은이는 평소 퇴근길에 차 안에서 신나는 노래를 들었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성은이는 차 안에서 “빈속에 술 마시면 엄청 취한다던데..돌아갈까..돌아갈 수 있을까..아니? 싫어..”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인에게도 전화를 걸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성은이는 집 주변을 한참 서성거리다 주차장에 차를 댄 뒤 퇴근길에 산 소주를 들이켰다.
#사건 발생 약 12시간 전. 평소처럼 출근길 차 안에서 신나는 노래도 듣고 즐겨보던 유튜브 영상을 봤던 성은이는 출근 1시간 뒤 돌연 상사에게 전화해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이후 성은이는 동료들의 간식을 사러 간다며 회사를 빠져나왔다. 이후 성은이는 유서조차 남기지 않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엄마 최씨는 “성은이가 휴일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작업일지를 받아보니 주 70시간이 넘도록 일을 했더라”며 “친구들에게도 상사에게 혼나는 얘기나 일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병역특례병이 되면 편한 줄만 알았지 이렇게 중노동에 시달리는 줄 몰랐다”며 “노동자도 군인도 아닌 탓에 제대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를 몰랐던 게 너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서부경찰서는 업체 측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사무실에 CCTV가 없어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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