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 7월부터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외관상 정착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직장인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이 양극화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23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638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6%가 재직 중인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실제 근로시간은 줄지 않았다’는 답변은 66.5%에 달해 ‘실제로 줄었다’는 응답률 33.5%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를 부정적으로 체감한 응답자들은 ‘월 소득 감소(53.5%)’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응답자의 20.9%는 임금이 줄었다고 밝혔으며 감소 금액은 평균 36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선 ‘수당만 줄고 업무는 그대로’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4년차 홈쇼핑 MD A(29·여)씨는 “내가 기획한 상품이 방송될 때 안 나갈 수가 있겠냐”며 “형식적으론 ‘나오지 말라’는 식이라 초과근무로 기록하기가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공기업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B(30·남)씨는 “업무상 월초와 월말이 바쁜데 주 52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초과수당 없이 야근하기 일쑤”라며 “반대로 여유로운 주는 초과근무 시간을 채우고자 일이 없어도 출근하고 있어 내 생활이 없어졌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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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직장인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58.8%)은 ‘여가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운동 및 건강관리(56.7%), 취미생활(45.5%), 가족 및 친구와 시간 보내기(34.3%), 휴식(21.3%) 등의 순서로(복수응답)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15일까지 BC카드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여가 활동 관련 업종의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평균 9.2% 증가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방송사에 근무 중인 C(35·남)씨는 최근 주2회 참여하는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C씨는 “주52시간 근무 분위기가 정착된 거 같다”며 “7시에 시작하는 스케치 수업이라도 딱히 지각 염려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D(32·여)씨는 “52시간 근무제도 김영란법처럼 된 것 같다”며 “지키는 곳만 지키고 아닌 곳은 눈치 보며 꼼수를 찾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씨는 “요즘은 오후 5시쯤 연락하면 이미 퇴근했다며 내일 다시 연락 달라는 거래처도 있다”며 “일부 기업의 얘기 같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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