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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언론인 암살 의혹 확인되면 형사·민사 처벌 가능

기사등록 : 2018-10-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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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왕세자가 사우디 출신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암살의 배후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를 비롯해 그의 지시를 받은 암살단은 전 세계 민간 및 형사 법정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티븐 랩 전 미 국무부 전범 전담 특사는 WP에 “만약 언론 보도가 정확하다면 카슈끄지에 대한 행위는 고문과 강제 실종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포함해 국제 인권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슈끄지 살해에 대한 정의를 구현하고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지만, 사우디 왕세자를 단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며, 카슈끄지의 가족은 민사 법원에 제소할 권리가 있고 일부 국가의 검찰은 가해자를 형사 기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빈 살만 왕세자 및 범죄에 가담한 다른 인물들은 유엔 고문 금지협약에 따라 형사 기소가 가능하다. 사우디도 협약에 가입한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이 협약은 ‘공직자 또는 공적 권한을 가진 인물의 사주나 동의, 묵인 하에 자행된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등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은 보편적 사법관할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수 있으며 사우디 검찰에 빈 살만 왕세자와 여타 가해자들의 처벌 또는 신병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벨기에 정부가 세네갈 정부에 차드의 전 지도자 이센 아브르를 반인도주의 혐의로 처벌 및 신병 인도를 요구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관료들이 기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보편적 사법관할의 원칙에 반대하고 있으나, 독일 등 여타 가입국들은 고문과 강제 실종과 같은 범죄의 경우 발생 장소와 관계없이 더욱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검찰총장은 전범죄로 시리아 공군정보국장에 대해 국제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현재 사우디 왕실 측은 카슈끄지의 살해는 인정하면서도 몸싸움 중 일어난 사고라며 왕실의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이 사라졌다. 이에 터키 수사당국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카슈끄지가 고문 끝에 살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국제법과 미국 법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사전에 카슈끄지의 살해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해도 가해자들에 대한 명령 책임을 가진 인물이니만큼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 1995년 미국 연방법원은 디아나 오르티스 수녀의 강간 및 고문 사건에 대해 가해자들에 대한 명령 권한을 가진 엑토르 그라마호 과테말라 국방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처벌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가해자들이 미국 땅을 밟지 않는 한 체포 영장이나 기소는 불가능하다. 또한 빈 살만 왕세자가 고위급 외교 관료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있으나, 이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다.

민사상으로는 카슈끄지의 가족이 ‘고문희생자 보호에 관한 법’이나 ‘외국인 불법행위 배상청구법’에 따라 미국 법정에서 가해자들을 기소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의회가 카슈끄지의 가족이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거듭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2016년 ‘테러 지원국에 맞서는 정의 법’(JASTA)을 통과시켜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사우디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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