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당국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우디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의 전화통화에서 카슈끄지 살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화통화 중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깊은 분노를 내비치기도 했으며, 살만 국왕에 카슈끄지 사망에 대한 정황을 완전히 밝혀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대변인은 "(카슈끄지) 사건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우리의 정보기관에 의해 확증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제재)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대변인은 이어 "반면, 사우디에 책임이 있다고 입증될 경우 우리는 적절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제재는 무기 판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프랑스가 여타 서방국들보다 카슈끄지 사태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에너지부터 금융, 무기 산업에 이르기까지 사우디와 다방면에서 전략적 이해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프랑스 내부에서 이번 사태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사우디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프랑스 무기를 많이 구입하는 국가다. 사우디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10억유로(약 14조1959억원) 규모에 달하는 프랑스 무기를 구입했으며, 지난해에만 프랑스로부터 사들인 무기의 규모가 무려 15억유로에 달한다.
지난 4월 프랑스 엘리제궁에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악수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 외의 사우디 서방 우방국들도 사우디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카슈끄지의 살인을 "흉측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사우디에 무기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총리도 이날 살만 사우디 국왕과의 통화에서 카슈끄지의 피살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해명에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에서 일어난 몸싸움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사망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대변인은 이어 메이 총리가 사우디에 터키 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으며, 진실 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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