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40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병보석으로 소송기간 8년 동안 단 63일만 수감, ‘황제보석’ 논란이 뜨겁다.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사법부 신뢰도가 추락한 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지적까지 더해져 이 전 회장 논란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5일 이 전 회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이 전 회장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무자료거래'를 통해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지난 2011년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 2004년부터 수 년 동안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 혐의도 받았다.
서울고법은 두 번째 2심에서 횡령액을 206억여원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세포탈 혐의에 일부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사실상 유죄로 확정했음에도 보석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같은해 3월 간암 치료를 위해 구속 집행이 정지됐다. 이듬해 6월 법원의 병보석 허가를 받고 지금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직 대법관 2명을 포함한 100명이 넘는 초호화 변호인단의 소송 지연 전략이 통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돈있으면 무죄, 돈없으면 유죄’를 뜻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농단이 불거지면서, 신뢰가 깨진 사법부에 또 한번 금이 가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전 회장은 서울 홍대입구 등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포착, 병보석 허가를 해준 법원을 향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못하다. ‘일반인이었더라도 과연 저럴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 만도 하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법원에 낼 보석금도 충분하지 않았을 터.
이 전 회장 측 변호인단은 지난 7년 7개월의 소송 기간 중 한 번도 제기하지 않았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재파기환송’ 전략을 펼쳐 이 전 회장의 구속을 지연시키려 했다는 지적에서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불구속 상태가 10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첫 상고심 파기환송 이후 이번 판결까지 2년 2개월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sunjay@newspim.com |
그런가 하면, 최근 포착된 이 전 회장의 전방위적 정관계 골프접대 의혹도 부정적인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과 권재진 전 민정수석, 검찰 고위 인사 등에게 골프 접대한 의혹을 받는다. 또 이 전 회장 소유 골프장이 발행한 상품권을 통해 접대가 이뤄진 의혹도 있다.
경찰은 이 전 회장 소유의 ‘휘슬링 락CC’ 골프장이 발행한 수십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태광그룹의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사들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이 전 회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8월 태광그룹의 한 계열사에 소유권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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