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 풀려난 저널리스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에 대해 '자기책임'이라는 비판이 일본 인터넷 상에 나오고 있다고 26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트위터 등에는 일본인 이용자들이 야스다씨에 대해 "야스다 준페이는 프로 인질", "이정도로 나라에 폐를 끼치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책임이라는 각오로 가라"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인터넷엔 "몸값은 우리들의 세금"이라는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와있다.
극우 정치인이자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도 인터넷 방송인 '아베마TV'에 출연해 "야스다 준페이씨를 돕는 건 정부의 역할이긴 했지만 야스다씨는 귀국했을 때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라고 사과해야 한다"며 '자기책임론'을 펼쳤다.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이 인터넷 방송에서 "야스다 준페이씨를 돕는 건 정부의 책임이지만, 야스다씨는 귀국씨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라고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아베마TV] |
이에 대해 도쿄에 거주 중인 시리아 출신 저널리스트 나지브 에르카슈는 "분쟁지역에서 취재는 위험이 따르는 용기있는 행위이고, 현지의 진실을 전해주는 것에 대해 시리아인으로서 감사하다"며 "난민문제 등 현장에서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생각을 전달해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당한 취재활동에 대해서도 정부나 조직의 방침에 벗어나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에 대해선 비판이 쉽게 나온다"며 "이런 상황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억류됐던 자원활동가 다카도 나호코(高遠菜穂子)씨는 "야스다씨가 풀려난 사실을 알았을 때 안도와 기쁨을 느꼈지만 동시에 그의 심신이 무척 걱정됐다"며 "귀국 후 야스다씨가 받을 비판을 생각하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다카도씨는 2003년 이라크에 자원활동 목적으로 입국했지만 치안이 악화된 지역에 발을 들였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다카도씨는 귀국 후, 자택에는 비판하는 전화나 편지가 날라들어왔고 인터넷에도 인신공격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야스다씨 역시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억류됐다가 풀려난 바 있었다. 당시에도 비판을 받았던 그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남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자기책임으로 돌리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정부의 의사에 맞지 않는 행동은 전부 억제되는 '자기책임론'의 뒷편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쓰다 쇼다로(津田正太郎) 호세이(法政)대 매스커뮤니케이션론 교수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타인에 대해 폐라고 느끼고 공공의 적으로 판단하는 풍조가 굉장히 강하다"며 "야스다씨가 '자기책임으로 분쟁지역에 간다'고 말한 것이 비판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그게 없다고 해도 분쟁지의 취재에 대한 이해가 빈약해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일본에서 오랜기간 지낸 시리아 출신 남성도 "일본인은 애초에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며 "시리아에서는 정권측과 반체제파가 싸우고 있고 누군가가 묵솜울 걸고 현장에 가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