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 최윤정 인턴기자 = 남성을 껴안고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후 '게이 선전'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10대 소년이 26일(현지시각) 이례적으로 승소했다.
성 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사진=로이터 뉴스핌] |
막심 네베로프(16·Maxim Neverov) 지난 8월 청소년 법원에서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일명 게이 선전법)'을 위반한 혐의로 5만루블(약 86만5000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가 벌금형을 받은 것은 러시아 역사상 처음이다.
막심은 윗옷을 입지 않은 남성을 껴안고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게이 선전 혐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비스크시 법원은 막심의 죄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벌금형 판결을 뒤집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례적인 판결이다.
막심은 재판 청문회 직후 인터뷰를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재판에서 질 것 같아서 '법원이 기소 내용을 인정했고 우리는 계속해서 정의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됐다'는 내용을 글을 작성해 두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가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항소는 판결 후 10일 안에 제기해야 한다.
막심의 담당 변호인이자 게이 인권 단체 러시안LGBT네트워크(Russian LGBT Network) 회원인 아르트욤 라포프(Artyom Lapov)는 "이번 판결은 LGBT 사회가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러시아 사람들은 주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는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단언했다.
스베틀라나 자카로바(Svetlana Zakharova) LGBT네트워크 대변인은 "러시아 법원에서 '게이 선전'으로 기소된 사람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일은 드물다. 사례가 있지는 하지만 정말 드물다. 이번 사건을 보면 사법부에서도 게이 선전 금지법이 도를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1993년까지 동성애를 기소 대상으로 취급했고, 1999년까지는 정신 질환으로 분류했다. 2013년부터는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금지법'을 제정해 성소수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 법으로 인해 지난 2014년 많은 국가 정상들이 소치올림픽 개막식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유럽 인권재판소는 러시아의 게이 선전 금지법이 유럽조약에서 추구하는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폐지를 촉구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해당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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