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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악몽, 증시 향방은] 추가 매물 더? "바닥징후 보인다"

기사등록 : 2018-10-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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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0월 코스피서 3조9500억원 순매도
펀드매니저 "패시브펀드 추가 매물 가능성 있어"
주가 상승은 기관 매수 타이밍 달려...개인투매후 바닥징후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10월 한국 증시가 속절없이 주저 앉았다.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 2000선도 전일 깨졌다.

전문가들은 현 시장을 과매도 구간으로 보고 바닥에 근접하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패시브펀드의 추가 매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추가 자산비중 조정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개인 투매후 액티브펀드도 서서히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기업 이익 추정치와 외국인 순매수 추이 [자료= 블룸버그,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달 들어 외국인은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3조9500억원 가량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원, 1조7000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14.81% 떨어졌다.

◆ 외국인 매도 물량 받지 못한 기관...얇은 수급이 문제

펀드매니저들은 10월 증시 급락의 원인을 얇아진 수급에서 찾는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었다는데 입을 모았다. 헤지펀드 한 매니저는 "외국인 매도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도 물량을 받아주는 세력이 없다보니 급락했다"며 "액티브펀드 매니저들도 지금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액티브펀드는 매니저가 시장보다 경쟁력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 시장 초과 수익률을 추구한다. 다만 지금 코스피가 과매도 구간에 진입하고, 저평가 국면이라는 평가가 쏟아져도 액티브펀드도 매수를 망설인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 국내 기업의 성장성 의구심 등 악재요인 어느정도 해소돼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의 자산 비중 조정도 급락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한국 시장에 장기 투자했던 펀드들의 지분 축소 영향이 컸다. 셀트리온 2대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지난 23일 셀트리온 지분 2.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네이버의 외국인 주주도 지분 2.2%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매각 주체로 네이버에 장기 투자해 온 오펜하이머펀드를 꼽는다.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최근 외국인 매도를 보면 단순 패시브펀드 매도가 아니라 롱텀 펀드의 매도가 있다"며 "오펜하이머펀드, 테마섹 등 오랫동안 한국 시장에 투자했던 펀드가 지분을 팔았다는 건 한국에서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전제한 것으로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주가 하락 따라가는 패시브펀드, 한국 증시 하방 경직성 약화

국내 주식시장에서 패시브펀드 비중이 커진 것도 하방 경직성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패시브펀드는 지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응해 차익을 실현한다. 헤지펀드 매니저 "액티브펀드 힘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패시브펀드 매매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주가가 펀더멘탈보다 많이 빠졌다면 액티브펀드서 주식을 사줘야 하는데 지금 이런 주체 없었다"고 진단했다.

양해만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은 "단순히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종목을 계속 사들이는 패시브 투자에는 적정가를 찾는 과정이 없다"며 "결국 일부 질이 좋지 않은 특정 업종, 종목에 대한 고밸류 현상 나타났고, 그 부작용으로 일부 펀더멘탈 낮은 종목마저 주가 오르며 지금 급락 사태를 일정 부분 가져왔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패시브 자금이 더 쏟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액티브운용본부장은 "이머징 시장(EM) 상장지수펀드(ETF) 잔고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아직 패시브 물량이 충분히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봤다. 장봉영 키움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외국인 매도 규모는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고 나서 줄어들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도 한국 증시를 프라이싱(가격 결정)하기 때문에 코스피가 바닥권에 근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금융당국 증시안정자금 미봉책...경기 상승 모멘텀 제시해야

전날 금융당국이 내놓은 5000억원의 '자본시장 안정화 자금'에 대해선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전날 금융위가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투자협회 주재로 증권사 사장단 회의가 있었지만, 수급 개선책 말고는 뚜렷한 대책이 안보였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원인"이라며 "주식시장 문제가 아니고 한국 경제의 문제기 때문에 정부 당국자나 기업 경영자가 강력한 경기 상승 모멘텀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주가 상승의 열쇠는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의 매수 타이밍에 달려 있다. 

앞서 헤지펀드 매니저는 "지금 주가 수준은 액티브펀드 입장에선 굉장히 많이 빠져 매력적인 구간"이라며 "중국 경제가 더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 코스피가 충분한 과매도권이기 때문에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기관이 주식 비중을 줄였는데 최근 주가는 매우 저렴한 상태여서 연말에는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지금 가격이면 기관도 적극적인 매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수가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장봉영 키움투자산운용 CIO는 "수급 불균형으로 10월 증시가 떨어졌지만 주가는 결국 밸류에이션 수렴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주가 수준은 언더슈팅(주가나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는 현상)돼 있다"며 "전날 최근 보지 못했던 개인 투매까지 나와 지수 바닥 징후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ro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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