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미국의 잇단 대북제제 준수 경고에 재계가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른바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발언이 전해지며 체면을 구긴데 이어, 미국이 4대그룹을 비롯 대북 경협 사업을 준비중인 기업들의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남북 평화협력 분위기에 선뜻 대북 투자에 나섰다간 미국 수출길이 막히는 등 기업 입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주한 미국 대사관은 최근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시 동행했던 삼성 등 4대그룹을 비롯, 대북사업을 진행중인 기업들과 접촉해 대북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정보교류 차원에서 국내기업들의 대북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기업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에 이어)미국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평양공동선언 직후인 지난달 20~21일 국내 7개 은행과의 전화회의를 통해 "대북 제재 위반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며 국내 은행들에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발효된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는 공공사업을 제외하고 북한이나 북한인과 합작하거나 협력하는 행태를 금지하고 있다.
재계 5대그룹 [사진=뉴스핌DB] |
재계와 정치권에선 문정인 대통령 안보특보가 지난 24일 주최한 방북 특별수행원들과 의 '뒤풀이' 모임에 재계 총수 대부분이 불참한 것 역시 재계의 이같은 부담스런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4대그룹 총수들이 여러 일정상 불참했겠지만, 평양 방문 당시 리선권에게 면박을 당했는데 뒤풀이에 가고 싶었겠느냐"며 "현 정부의 대북 투자 재촉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북경제 협력 사업권자인 현대그룹을 비롯해 포스코, 한화 등 일부그룹은 일찌감치 남북경제협력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운영중이지만,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은 아직 대북사업 관련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의 방북일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함께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이 특별수행원으로 동참했었다.
4대그룹이 대북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은데다 경제 침체속 대북 투자 사업에 대한 국내외 여론도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승인·허가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의 의지로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지 않느냐"며 "현재 분위기로 볼때 대북사업 재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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