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이 미국의 전방위적인 무역 공세에 대응해 통화 가치 절하를 용인하는 '환율 카드'를 적극 활용할지 전 세계 금융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지 못했던 미 달러화당 7위안선 근처에 다가서면서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0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한때 6.9724위안으로 0.15% 하락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서서히 하락해 2008년 5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셈이다. 지난 6개월 간 9% 떨어져 심리적 지지선(환율로는 저항선)인 7위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음날인 31일(오늘) 우리 시각 11시 13분 현재 위안화는 미 달러화당 6.9665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역내 달러/위안 환율 추이 [자료= 블룸버그통신] |
심리적 지지선인 만큼 7위안 자체가 금융시장에 주는 특별한 위협은 없다. 다만 이를 넘어선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의미가 상당하다. 중국 정부가 통화 가치가 더 내려가도록 용인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정부의 위안화 약세 용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 25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의 여파를 상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안화 가치가 10% 절하되면 10%의 관세는 사실상 무효화된다. 통화 가치 하락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자국 수출기업의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행정부는 미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수개월 간 위안화의 절하 추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다만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시장 움직임의 이유가 더 크다. 오히려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시행하는 중국은 최근 수주간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3년 전처럼 급격한 하락으로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자본유출이 가속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재차 위협한 상황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7위안을 뚫고 내려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정부는 7위안 돌파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시장을 다독이며 추가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 증시 급락과 경기 둔화를 비롯해 위태로운 부동산 시장,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위안화 가치의 방향을 아래로 찍어 둔 상태다. 다만 7위안 돌파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KGI아시아의 벤 광 전무 이사는 블룸버그에 "중국 관리들은 위안화 가치가 올해 미 달러당 7위안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정상회담에서 긴장완화라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오는 12월 초 2670억달러 어치 중국 물품에 대한 추가 관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코티아뱅크의 가오 치 통화 전략가는 "절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전까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그 회담에서 미중 관계를 개선하는 데 실패한다면 7위안으로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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