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달러를 제치고 유로화를 글로벌 통화로 만들겠다는 유럽의 꿈이 다시 한 번 현실에 가로막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장과 이탈리아 재정 우려로 인해 유로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유럽의 정치 리스크가 부상하려는 유로화의 발목을 잡았다.
근 20년 간 유로존 정치를 초지일관 지켜오며 경제 통합의 수호자로 힘써 왔던 메르켈 총리가 올해 말 기독민주당(CDU·기민당) 대표직과 2021년 총리직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혀 유럽의 정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메르켈 퇴장 후 유럽연합(EU)의 유지력에 대한 의구심이 강화되며 유로가 글로벌 통화로서 부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리서치 헤드는 “메르켈의 퇴장으로 유로존의 구조적 결함과 정치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지도자들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독주에 염증을 토로해 왔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EU의 에너지 수입은 유로보다 달러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60%가 넘는 달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로가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 기축통화가 되려면 유로존 붕괴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데, 이탈리아 재정 우려는 내년까지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재정 우려가 2011년 유로존 채무위기를 재차 떠올리게 하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를 유로로 채우는 것을 꺼리고 있다.
유로존 금융 구조가 산발적이라는 문제도 있다. 유로존 은행연합이 부재한 상태에서 미국 재무증권 시장에 버금갈 만한 규모와 유동성, 통합성을 갖춘 국채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한 유로가 ‘킹 달러’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글로벌 외환보유고 비율 [자료=블룸버그 통신]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