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 변신에 사활을 걸었다. 디지털 연구·개발(R&D) 조직을 중심으로 인력과 투자를 집중시키면서 신기술 선점에 나섰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생존 필수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디지털 R&D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에 나섰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신한금융이다. 지난 3월 디지털혁신연구소인 '신한디지털캠퍼스'를 열고 그룹 인력을 집중시켰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보험 IT 인력에 외부 전문 인력 20여명을 추가해 총 140여명이 모였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디지털 경험, 빅데이터, 개방형 혁신 등 6개 랩을 중심으로 신기술을 연구하는 역할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최근 디지털 '씽크탱크'를 신설하거나 확대개편했다. KB금융은 지난 15일 'IT기술혁신센터'를 새로 꾸렸다. 2015년 '미래채널본부(현 디지털금융그룹)'을 통해 지주사와 KB국민은행 중심의 디지털 사업전략을 짰다면, IT기술혁신센터에선 KB증권, KB손해보험, IT 자회사인 KDS 등 계열사까지 한데 모아 R&D에 집중한다.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오픈 API 등 5가지 핵심기술에서 그룹의 디지털 과제를 발굴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사진=각 사] |
하나금융은 디지털기술 전담 조직인 DT랩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AI, 빅데이터 등 선행 연구를 통해 디지털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이와 함께 KEB하나은행 내에는 디지털 전환 특임조직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했다. 영업, 채널, 상품, 기업문화 등 모든 부분에 디지털을 접목하기 위해서다.
농협금융은 내년 초 디지털R&D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다. 외부 컨설팅을 마치고 농협양재전산센터 자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 마케팅전략부, 카드사업부 등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빅데이터 관련 인력을 함께 모으고, 외부 핀테크 기업들을 위한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R&D 조직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매년 5000억원을 IT에 투자하고 있다. 클라우드를 적용해 시스템 운영 비용은 줄이되, 줄어든 비용을 IT 인재 개발 등에 재투자한다는 설명이다. IT 인력 1800여명이 모인 통합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3500여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IT인력과 금융인력의 경계를 없애 기술융합을 이끌기 위해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셀조직처럼 IT와 현업(금융) 인력이 협업하게 될 것"이라며 "누구나 디지털 작업을 하고 전산을 만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디지털 분야에 2조원을 투자하고 4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디지털 선도기업을 방문하는 '디지털 탐험대', 디지털 전문가 양성 코스인 '디지털 아카데미', '사내벤처 육성' 등을 진행한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디지털 교육에만 200억원을 투자한다. 예년보다 10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고려대학교와 손잡고 디지털금융공학 석사과정을 개설하는 한편 사내 벤처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인재육성은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달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 그룹사 임직원을 디지털 전사(戰士)로 키우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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