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구광모 ㈜LG 회장이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지분구도에서도 확실한 총수가 됐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5개월 정도 끌었던 승계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새로운 LG 구축과 구본준 부회장과의 관계 등을 구 회장의 당면 과제로 꼽았다.
구광모 LG 회장. [사진=LG그룹] |
㈜LG는 구 회장이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LG 보유지분 중 8.8%를 상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의 지분율은 15.0%로 높아졌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구 부회장의 7.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지분율로 확실한 최대주주가 됐다.
재계에서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이 그룹을 이끈다'는 LG가의 전통에 따라 구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계작업을 마무리한 구 회장의 당면 과제는 새로운 LG 구축과 비전 제시다. 구 회장은 지난달말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순차적으로 만나고 있다. 올해 사업 실적을 점검하고 향후 투자와 신규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구 회장은 각 계열사들의 주요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신규 사업들을 조율해 LG그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업 실적 등을 토대로 연말 인사도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체제 구축을 위해 큰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반면 대외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정을 택하는 인사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올해는 승계와 업무파악에 시간을 보냈다면, 내년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LG'를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구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 갈수록 중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해결책, 그리고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과 자동차 전장사업, 로봇 등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 부회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구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연말에는 부회장직도 내려놓을 예정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일부 계열사를 가지고 계열분리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구 회장 취임 직후에는 주요 계열사들이 하나씩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분간은 ㈜LG의 주요주주로 남아 구 회장의 우호주주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계열분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가 바뀌면 윗세대는 떠난다'는 LG가의 전통, 그리고 구 회장 체제를 더 단단히 하기 위해서라도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해서 나갈 것이라는 추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상속을 통해 모든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고, 이제부터는 경영능력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며 "일단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자신이 그리는 LG그룹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