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내놓은 2019 예산안을 놓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오는 13일(현지시간) 수정 예산안을 제출할 것을 이탈리아에 촉구했다.
이탈리아 국기와 EU 연합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재무장관들은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그룹(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의 재무장관들의 협의체) 회의에서 이탈리아가 개정 예산안을 EU와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해당 예산안이 이탈리아가 약속한 내년 재정적자 축소를 어기는 행위라는 EU 집행위원회의 견해를 지지했다.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은 회의에서 재무장관들이 이탈리아가 "우리 재정 규칙에 부합하는 수정된 예산안을 마련하기 위해 위원회와 같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유로그룹은 공동성명을 내고 "충분한 부채 축소"가 블록 규정에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라며 이탈리아가 제시한 예산안이 아닌 새로운 예산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당장 다음 주초까지 수정된 예산안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지오반니 트리아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예산안이 "바뀌지 않을 것"이며 집행위원회와 "갈등도 타협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집행위원회와 건설적인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유로그룹 회의 후 덧붙였다.
EU 측은 예산안이 과거 약속에서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EU 역사상 이러한 선례가 없다. 이탈리아의 예산안은 내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2.4% 수준으로 오르게 할 것이며 이는 과거 제시한 재정적자 목표치인 0.8%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과 반(反)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이끄는 포퓰리즘 연정은 이번 예산안에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도입, 감세, 연금 개혁 등을 담았다. 특히, 이전 정부가 시행한 연금 수령 연령상향을 다시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정부가 현 재정 상황에서 늘어만 가는 연금 수령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유로그룹 회의서 트리아 장관은 일률 과세와 퇴직연령 하향 등 정책들이 결국 빈곤을 완화하고 성장을 촉진시켜 이탈리아 부채를 상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CNBC에 따르면 EU 재정 규칙에 따르면 국가는 부채-GDP 비중을 60% 이상 넘기면 안된다. 1995년부터 부채 대비 GDP 비중이 100% 미만으로 떨어진 적 없는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프랑스 등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크게 위반했다는 진단이다.
이탈리아가 내년 예산안을 놓고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EU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제 제재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집행위원회는 이미 이탈리아가 수정 예산안 제출을 거부할 경우 궁극적으로 금융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초과 재정적자 시정절차(EDP)'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이탈리아 집권당인 '오성(五星)운동'의 대표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는 지난달 예산안을 수정할 계획이 없으며 브뤼셀을 설득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 집행위로부터) 패널티를 받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절차는 시작됐지만 대화 단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위원장은 브뤼셀이 이탈리아에 "새로운 예산안 혹은 수정된 예산 초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말은 매우 간결하다. 우리는 13일까지 새로운 혹은 수정된 예산안을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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