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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의 단면... “한 달 1만원으로 후배 취업 돕자”

기사등록 : 2018-11-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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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10월부터 졸업생 대상 '후배 취업지원 기금’ 마련
취업난 장기화에... 대학 '예산·인력' 부족
졸업생들 "알아서 취업... 학교가 무슨 권한으로 요구하나" 부정 평가도
취업난 장기화에 그늘도 갖가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노해철 수습기자 = "선배님의 한 달 만원 기부가 후배들의 취업길을 열어줍니다."

청년 취업 상황이 좋지 않다. 고용지표는 4개월 연달아 감소세다. 취업난에 부딪힌 대학들이 학생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서강대학교는 ‘후배 취업지원 기금’을 마련해 취업한 졸업생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다. 보통 학교 발전 기금, 재학생 장학금 용도로 모으던 후원금을 ‘취업 전용’으로 만든 경우는 흔치 않다.

지난 10월 알림 문자를 받은 서강대 졸업생 A(29·여)씨는 “이젠 하다하다 취업을 위한 기금도 모은다”며 “얼마나 취업시장이 어려우면 그러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취사선택 캠페인(후배 취업지원 기금) 홍보물

◆올해도 취업시장 ‘꽁꽁’... ‘선배 온기’로 녹을까?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지난 2월 이래 8개월째 하락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5000명 감소했다. 15~64세 고용률 하락세는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청년 취업 상황판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15~29세 청년고용률(42.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3.3%)에도 못 미친다. 올 3분기 청년실업률은 9.4%로 일반 실업률(2.8%)에 비해 확연히 높다.

대학생들의 취업 체감률도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생 및 졸업생 3294명을 대상으로 ‘2018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41.1%가 ‘작년보다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작년보다 어렵다’는 응답이 6.9% 증가한 반면, ‘작년보다 좋다’는 답변이 5.0%, ‘작년과 비슷하다’가 1.0% 감소하여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취업환경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은 청년 취업난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강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취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 취업쪽 예산이나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선배들이 도움을 주면 또 후배들이 기부하는 선순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업난의 또 다른 그늘... 졸업생들 "후원금 연락 좀 그만"

한편 다른 대학들은 취업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에서 재학생 취업지원금까지 졸업생 손을 벌리기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힘들게 취업한 졸업생들에게 ‘후배 취업을 도와 달라’고 요구하기엔 학교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사립대학인 연세대·이화여대를 비롯해 건국대·고려대·국민대·서경대·서울시립대·성신여대·한성대·한양대 10곳을 추가 취재했지만 재학생 취업 프로그램을 위한 졸업생 기금 조성은 없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커리어개발센터장은 “취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졸업생에게 전화하면 ‘학교가 무엇을 해줬냐’는 식의 부정적 반응이 많다”면서 “후원금 요청을 강조하면 ‘학교 돈은 도대체 어디에 썼느냐’는 식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졸업생들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금융권 종사자 진상덕(32)씨는 “지금까지 수많은 후배들을 만나본 결과 학교에서 취업 수업이 좋았다고 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차라리 장학금 마련이라면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 취업 기금 마련에 동참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내가 취업하는데 학교가 해준 게 뭐가 있냐(30세 박모씨)”, “노오력을 하든지 눈높이를 낮춰 나처럼 중소기업에 취직하라(29세 이모씨)”는 답변도 나왔다.

3년 전 중견기업에 취직한 차지연(28)씨는 "학교에 취업 확인 문자를 보낸 이후 갖가지 후원금 안내문이 날아온다"며 "한 때는 반가웠던 학교 연락을 이제 보험처럼 응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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