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석유화학업계를 대표할 한국석유화학협회 차기 회장직을 누가 맡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화협회장은 업계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그로 인한 부담이 큰 탓에 주요 회원사 CEO들이 고사하기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18대 협회장이었던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은 지난해초 임기가 끝났으나 총회 당일 어쩔 수 없이 연임을 결정했다. 다른 CEO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설득했지만 끝내 후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주요 후보 중 한명이었던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은퇴하는 등 뜻밖의 변수가 생기며 후보군이 더욱 좁아졌다.
올해 초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왼쪽부터 이규정 여천NCC 사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이인호 산업부 차관,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사진=석유화학협회] |
15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현 협회장인 허수영 부회장은 내년 2월 임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서히 차기 협회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야 하는데, 아직까지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논의가 진행되진 않고 있다.
문제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주요 회원사의 CEO들이 협회장직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협회장이 되면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야할 때가 있는데 기업 CEO 입장에선 이러한 역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오너가 아닌 CEO로서 '회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 역시 이들이 협회장직을 거절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눈치를 봐야 하는 CEO로서 '회장'이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석유화학협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 지난해 말 주요 회원사 CEO들이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는다는 내용을 의결, 협회 업무 규정에 명시했다. 대상은 매출 규모가 큰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등 4개사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같은 계열사 CEO에 위임할 수 있도록 별도 규정을 뒀다. 예를 들어 한화케미칼 순번이 도래했을 때 김창범 부회장의 협회장직 수행이 어렵다면, 한화토탈 CEO가 대신 맡는 식이다.
당시 회원사들은 현 협회장인 허 부회장이 롯데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 롯데케미칼을 차기 후보군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SK종합화학이 오는 2020년 이후부터 순번제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협회에 전달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박진수 부회장이 올해 말 LG화학 대표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김창범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개인이 아닌 기업 중심으로 순번제가 돌아가기 때문에 신임 LG화학 대표도 협회장이 될 수는 있으나 사실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차기 협회장직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전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11월 석유화학협회 사장단 조찬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해당 질문에 "전혀 (의사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난 잘 모르겠지만 아마 허 회장님이 계속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하며 "오늘 차기 협회장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 역시 "아직 차기 협회장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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