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을 낸 금융당국은 이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에게는 해임 권고를,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게는 과징금 1억7000만원, 삼성바이오 감사업무 5년 제한, 관련 공인회계사 4명 직무정지 처분을 냈다. 삼정회계법인으로선 최악의 상황인 영업정지 처분은 피했다.
이는 앞선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같은 분식회계 이슈임에도 대우조선에 비해 외부 감사인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아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 leehs@newspim.com |
앞서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삼성바이오에 과징금 80억원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이 담긴 조치안을 확정했다. 과징금 80억원은 증선위가 개별 회사에 부과한 역대 최고액이다. 지난해 2월 7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45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대우조선보다도 약 35억원 가량 많다.
해임 권고 대상자도 대우조선의 경우 산업은행이 파견한 재무담당 임원(CFO)에 그쳤지만 삼성바이오는 김태한 대표이사를 직접 적시했다. 올 들어 증선위로부터 대표이사 해임 권고 조치를 받은 상장사는 지난 4월 유령주식 배당 사태를 일으킨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증선위는 회계 부정을 감시해야 할 외부감사인에 대해선 비교적 낮은 조치안을 취했다. 지난해 대우조선 감리에서 외부감사인이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회사의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업무정지 1년과 과징금 16억원 처분을 내린 것과는 대비되는 결정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강도 높은 징계를 받은 것과 달리 외부감사인 제재 내용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며 “외부감사인 스스로 분식회계를 묵인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평가불능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감리 초반부터 삼성바이오 측이 바이오젠과의 합작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이는 증선위의 요구에 따른 재감리 때도 크게 바뀌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고의성보다는 관리 소홀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소극적인 징계 배경을 두고 최근 법원이 “징계가 과도하다”며 업무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안진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지난 2일 안진회계법인이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소속 공인회계사의 위반행위를 묵인·방조·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속 회계사의 위반 행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감사 업무 자체를 정지시킨 결정은 지나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 입장에서 비슷한 사례를 놓고 또 다시 회계법인에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내리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업계에선 공개된 자료만 봤을때 삼성바이오가 억울해 보인다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며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분식회계를 확인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것을 금융당국도 어느 정도 인지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치안은 외부 요인에 대한 감안 없이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증선위에서도 수차례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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