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1995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수려한 외모에 짙은 눈썹이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드라마 ‘가을동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송승헌이 최근 종영한 OCN ‘플레이어’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그동안 멋지고, 정의롭고 정의의 편에 선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정반대다. 드라마에서 사기캐릭터 강하리 역으로 분했던 송승헌을 15일 뉴스핌이 만났다.
배우 송승헌 [사진=더좋은 이엔티] |
“일단 드라마를 무사히 마쳐서 기분은 좋아요. 매번 작품이 끝나면 다 비슷하지만 5개월가량 함께 고생한 연기자와 스태프들과 헤어지면 아쉽거든요.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팀워크가 좋았어요. 대본 리딩때만 해도 동료 배우 모두 처음 본 상태라 어색했는데, 촬영을 할수록 사이가 너무 좋았죠. ‘플레이어’는 어느 작품보다 끝난 아쉬움이 커요.”
극중 강하리는 ‘본투비 사기캐’로 정의할 수 있다. 검사의 아들로 태어나 전국 상위 0.1% 수재로 인정받으며 살았으나, 거짓말 같은 아버지 죽음 이후 거짓으로 둘러싸인 180도 다른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플레이어’ 고재현PD랑 인연이 깊어요. 개인적으로 형·동생하는 사이거든요. ‘블랙’ 할 때부터 이 작품을 준비한다고 얘길 하셨는데, 그때 강하리라는 인물에 대해 들었어요. 저한테 기존의 송승헌의 연기와 달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친한 친구들이랑 있으면 장난도 잘 치고,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모습과 갭이 크거든요. 저의 장난기 있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강하리에 녹이길 바라셨어요. 강하리가 상처도 아픔도 굉장히 큰 인물인데, 너무 무겁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죠.”
어느 순간부터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변신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이 바로 OCN ‘블랙’(2017)과 이번 ‘플레이어’이다. 송승헌은 “정말 장르물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고백했다.
배우 송승헌 [사진=더좋은 이엔티] |
“제가 사실 멜로 장르의, 사랑 연기가 주가 되는 연기를 많이 했어요. 한없이 진지하고 한 여자에 대해 목숨 거는 역할이었죠. ‘블랙’을 하면서 장르물에 대한 매력을 느꼈어요. 이젠 멜로물이 시시할 정도에요. 하하.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픔을 겪는 연기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진작 왜 안했나 싶어요(웃음).”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건 비교적 최근이었다. 영화 ‘인간중독’(2014)이 계기였다. ‘인간중독’ 이후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갑작스레 변화한 그의 연기에 대중은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송승헌은 이제야 연기에 대한 재미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20~30대에는 솔직히 연기에 대한 재미를 못 느꼈어요. 부끄럽지만 최근에야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거든요. 연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기자가 됐죠. 그러다 팬 분에게 편지를 받았는데 ‘당신 작품으로 감동을 받았다. 그러니 당신도 하는 일에 감사하며 살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때 정말 창피했어요. 단순히 일로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제 작품으로 감동을 받은 거잖아요. 그래서 한 가지 캐릭터만 고집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런 편지를 일찍 받았다면 조금 더 훌륭한 연기자가 됐을 것 같기도 하네요. 하하.”
배우 송승헌 [사진=더좋은 이엔티] |
어린 시절 연기를 하며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했다. 혼나기만 했던 세트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고. 하지만 조금씩 다른 배역을 맡아 연기에 대한 재미를 찾았고, 이제야 연기에 대한 가치관도 생겼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연기를 함에 이어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고민해요. 진정성 있게, 더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하고요. 최근 ‘미션 임파서블’ 영화를 봤는데 톰 크루즈가 너무 멋있는 거예요. 저도 톰 크루즈처럼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가 되는 게 하나의 꿈이에요. 목표이기도 하고요.”
조금씩 연기에 대한 변신을 꾀하면서 작품에 대해서도, 캐릭터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송승헌의 설명이었다. B급 정서의 장르도, 코믹하고 망가지는 연기도 하고 싶다는 하나의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거짓말처럼 요즘 배우로서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재지 않으려고요. 작품을 할 때마다 성공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결국에 남는 건 작품인데, 앞으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욕심이 점점 생겨요. 그리고 더 진지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연기력에 대한 혹평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