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아태지역의 주도권을 두고 노골적인 기 싸움을 벌이면서 APEC 정상회의 역사상 처음으로 APEC 정상들의 공동선언문 채택 불발이라는 사태로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날 파푸아뉴기니에서 진행된 APEC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은 코뮈니케(공동성명)를 채택하지 못했다.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피터 오닐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은 “저 방 안에 있는 2명의 거인을 알지 않냐”면서 미국과 중국이 WTO 개혁을 공동성명에 언급하냐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989년 설립된 APEC의 다자간 무역 질서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강한 자기주장과 미국의 관세 압박에 따른 분열된 충성심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PEC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993년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가 열린 후 이들의 공동선언문은 매해 채택됐다. 오닐 장관은 정상들의 공동선언문 대신 자신이 이번 회의의 의장으로서 의장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면충돌하며 회의 내내 긴장감을 키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APEC 대표단 소속 경제 자문인 왕샤오룽(王曉龍) 은 대다수 회원국이 다자간 무역 체제 유지에 대한 약속을 확인했고 잘 작동하고 있는 WTO를 지지했다고 전하면서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이 같은 논의에 매우 초기 단계에 있었으며 각기 다른 나라들이 이것을 진전시키는 것과 관련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이 두 나라는 서로를 너무 세게 압박해서 의장이 그들을 이을 수 있는 옵션을 찾지 못했다”면서 “중국은 WTO가 중국을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비난했다는 언급에 화가 났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의에서 노골적인 비난을 주고 받으며 양국의 깊은 갈등을 확인했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중국이 무역 관행을 바꾸기 전까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재화에 부과한 수입 관세를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펜스 부통령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2배로 확대할 수 있다고도 위협했다.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은 시 주석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직접 겨냥해 국가들이 자주권을 희생한 부채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원국들이 중국이 아닌 미국과 협력할 것을 요청하고 “미국은 강제하거나 부패하거나 당신의 자주성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 역시 미국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향해 시 주석은 “보호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의 일대일로 비판에 대해 시 주석은 해당 계획에 숨겨진 어젠다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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