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뉴스핌] 유수진 기자 = 현대그룹과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의 '30년 우정'이 주목받고 있다. 아태는 북측에서 경제협력을 담당하는 민간 대외기구로, 현대의 대북사업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금강산관광이 개시되기 전 시작된 이들의 우정은 관광 초기부터 번창기, 중단 이후까지 30년동안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리택건 아태 부위원장이 18일 오전 북측 금강산호텔에서 만나 서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유수진 기자] |
인연의 시작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기업인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했던 지난 198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와 아태가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 분단 이후 추진되지 못했던 남북 협력사업을 본격화하면서다.
이후 대략 10년 뒤인 지난 1998년 10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의 김용순 아태 위원장과 '금강산관광사업에 관한 합의서'를 맺으며 관광이 현실화됐다. 한 달 뒤인 11월 실향민과 관광객 등 1400여명을 태운 현대금강호가 동해항에서 출항하며 관광개시를 알렸다.
실제로 현정은 회장이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18일 방북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맞잡은 사람 역시 아태의 리택건 부위원장이었다. 리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현 회장 일행의 도착시간에 맞춰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리 부위원장은 "다 잘될 거다. 이번에 또 (현) 회장 선생이 직접 나섰으니까 아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면서 "회장 선생이 이렇게 다니니까 (남북 경색 분위기가) 풀리지 않느냐"고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번 행사가 상당히 의미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행사를 잘 하고 (남측으로 돌아가) 앞으로 현대 일도 다 잘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에 현 회장도 "많이 도와 달라"며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현대와 아태의 우정은 지난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후로도 변함없이 유지돼 왔다. 앞서 지난 8월 금강산 인근에서 진행된 '고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에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을 비롯한 아태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김영철 아태위원장은 직접 추모식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맹 부위원장을 통해 "아태는 현대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고, 현대가 앞장서 남북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언제나 현대와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현 회장을 평양에 초청하기도 했다.
현 회장 역시 아태와의 '굳건한' 관계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현 회장은 18일 저녁 금강산광광 20주년 기념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7대 SOC 사업권'과 관련한 추가적인 논의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북측과 얘기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현대에 대한 아태의 신뢰와 애정이 변함없기 때문에 당연히 보장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는 지난 2000년 8월 아태와 합의해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 등 7대 SOC 사업권을 획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원산·통천지구 협력사업 개발에 관한 합의서도 맺었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번에 현대와 아태는 금강산관광 20주년을 기념해 금강산 현지에서 1박2일간 남복공동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은 "이번 행사를 북측에서 준비해줬고, 축하공연과 연회 등도 준비해줬다"며 "많이 배려해주셔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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