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사우디아라비아 정책이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지시했다고 결론지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 고위 보좌관 누구도 사우디에서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하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마찰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주요 연방 의원은 사우디에 관용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모든 것들이 사우디 왕세자 MBS(모하메드 빈 살만의 영문 이니셜)"가 지시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MBS가 그의 명령을 수행했다고 여겨지는 자들을 처형하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책임 소재에 대해 신뢰할 만한 결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와 무조건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카쇼기 살해와 사우디의 예맨 내전 군사 개입에 대한 의회의 우려를 반영해 외교 정책을 수정할 것인지가 앞으로 주된 질문이 될 것이라고 WSJ은 바라봤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트만은 "사우디는 내년 민주당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공격할 핵심 주제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일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부터 행정부가 공을 들여왔던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차기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에 미 육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냈던 존 아비자이드를 지명했다. 아비자이드는 저명한 군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봉쇄 전략에서 사우디는 유용한 역할을 한다. 사우디는 이란의 적국이다. 또 사우디는 미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계획을 지지해줄 국가이기도 하다.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이 빈 살만 왕세자와 자주 접촉하며 이 계획의 초안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무기를 대규모로 구매해줄 국가다.
다수의 중동 전문가뿐 아니라 CIA 분석관들조차도 빈 살만 왕세자가 카쇼기 살언 사건의 전말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줄타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직접 지시했다는 CIA 평가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행정부의 대사우디 기조는 흔들림 없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CIA의 평가를 반박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미국 정부는 사우디 지도부가 카슈끄지 죽음에 대해 책임있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관계를 맺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시각이 의원들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다.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과 사우디 국내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으며 빈 살만 왕세자가 충동적이고 나아가 무자비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카슈끄지 사망과 사우디 왕실과 카슈끄지 사망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우디의 조사는 결정타가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과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뉴저지) 등이 제출한 법안에 이목이 쏠린다. 이 법안은 예멘의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기와 항공기 등 공격용 무기의 대사우디 판매를 중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 저지용 미사일 방어시스템 판매는 허용된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메사추세츠)는 백악관에 민간 핵협력과 원자로 판매 관련 회담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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