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난 실향민들이 프레임 속에서 가족을 만났다. 사진작가 변순철이 이끈 가상 상봉이다.
변순철 작가는 개인전 '나의 가족(Eternal Family)'에서 실향민을 소재로 한 초상을 20여 점 선보인다. 그간 인물 사진에 초첨을 맞춰 활동한 변 작가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의 실향민을 소재로 삼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실향민들의 만남을 사진 속에서 성사시켰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작품 설명 중인 변순철 작가. 2018.11.20 89hklee@newspim.com |
제작 방식은 작가가 적십자사를 통해 가족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 희망자를 받았다. 2015년 당시 2000명이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이 중 작가가 선별한 희망자와 2년 간 작업이 진행됐다. 2015년에는 23여 명, 2016년에는 약 60여 명과 함께했다. 작가는 스튜디오의 텅 빈 배경을 바탕으로 촬영했다. 사진에는 실제 실향민과 그가 만나고 싶은 가족을 대역 모델로 썼다. 실향민의 가족은 기술을 통해 실현된 가상의 인물이다.
작품들은 작가의 시선에 현대적 기술이 더해진 결과물들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연구단을 통해 실향민들이 제공한 오래된 사진들을 '3D 나이변환 기술'을 통해 변환했고 그 결과 사진 속 젊은 부모들이나 어린 형제들의 모습은 세월을 더한 나이든 모습으로 남한의 실향민 옆에서 서로가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나의 가족, 윤병국,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95 x 152cm [사진=아라리오갤러리] |
변 작가는 일부러 흑백 사진으로 처리했다. 20일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만난 변 작가는 "사진 속 인물의 나이듬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울면서 형님과 부모님이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있는 서은희 할아버지, 손톱에서도 감정이 드러나는 김홍태 할아버지의 모습까지 피사체들의 감정은 흑백사진에서 더욱 강조가 된다.
이어 "사진 크기도 일부러 100호 이상으로 제작했다. 크기가 커지면 관람자는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내용이 형식을 정하기도 하지만 형식도 내용을 정해준다"고 언급했다.
변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분단이란 현실과 예술이 만났다. 제 작업은 계몽식의 작업은 아니다. 그냥 내 작업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단언했다.
나의 가족, 서은희,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95x152cm [사진=아라리오갤러리] |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변 작가의 전시가 이슈성 전시가 되지 않긴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전시가 기획된 것은 2016년이었고 그의 수많은 작품 중 최근작을 선보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과 예술의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강조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측은 "사진은 기술의 발달로 시작된 매체다. 기술에 기술을 또 한 번 접목한 인간적 단계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이와 같은 전시가 기획됐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사태(분단)가 벌어진 건 역사, 과거에서 시작됐고 이데올로기적 이념으로부터 시작했다. 변 작가의 개인전 '나의 가족'은 트라우마적 역사적 이슈에 예술의 역할이 얽힌 전시"라고 말했다.
나의 가족. 임화숙 외 세 남동생(세 언니가 가상인물),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52x365 [사진=아라리오갤러리] |
'나의 가족' 전시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프로젝트가 바탕이 됐다. 삼성의 후원과 제일기획의 아이디어를 받아 변순철 작가가 진행한 실향민을 소재로 한 프로젝트는 '마지막 소원'이라는 전시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3일간 개최된 바 있다.
아라리오갤러리에서 펼쳐지는 변순철 작가의 개인전 '나의 가족'은 오는 22일 개막해 내년 1월1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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