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황수정 기자 =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눈 앞에서 뛰어다니는 생동감, 그림으로 다 담을 수 없던 아프리카 대륙의 웅장함이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공연을 보고 있자면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사진=Joan Marcus ⓒDisney] |
10여 년 전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 관객과 만났던 뮤지컬 '라이온 킹'(연출 줄리 테이머)이 오리지널 창작진과 캐스트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최초로 성사된 인터내셔널 투어로, 높은 기대만큼 티켓이 오픈될 때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서울 공연 회차가 추가되는 등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작품의 내용은 동명 영화와 같다. 아빠 '무파사'(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를 잃은 '심바'(캘빈 그랜들링)가 고향을 떠났다가 어린 시절 함께 지낸 친구 '날라'(조슬린 시옌티)를 만나 삼촌 '스카'(안토니 로렌스)를 물리치고 다시 왕위를 차지하는 단순한 스토리다. 여기에 신비한 주술사 라피키(느세파 핏젱), 왕을 보좌하는 '자주'(앙드레 쥬슨), 친구 '티몬'(제이미 맥그리거), '품바'(피에르 반 히어덴) 등 개성 강한 캐릭터도 그대로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사진=Joan Marcus ⓒDisney] |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내용인데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원어 공연의 최대 단점인 자막으로 인한 불편은 감소한다. 구태여 자막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다, 오리지널 공연임에도 낯설거나 거부감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창작진들 또한 '서문시장', '번데기 샌드위치', '감사합니다', '에버랜드' 등 현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돋보인다.
결국 공연의 최대 강점은 화려한 무대와 아카데미 음악상을 휩쓴 음악이다. '라이온 킹'을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이때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아프리카 초원으로 안내한다. 이 외에도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유명한 곡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원 바이 원(One by One)' 등 새롭게 추가된 넘버가 아프리카 감성을 더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사진=Joan Marcus ⓒDisney] |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은 구태여 모습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들은 줄에 연결돼 빙글빙글 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완전한 동물의 느낌을 전달받는다. 그만큼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움직임, 오랜 연습으로 다져진 앙상블의 호흡이 완벽하다. 또 실제 사이즈로 제작된 기린, 코끼리, 치타, 얼룩말, 코뿔소 등의 퍼펫도 인상적이다.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하는 동물들의 행렬은 모든 관객에게 동심을 선사한다.
공연이 끝나면 감탄만 남는다. 어째서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 느끼게 된다. 새로운 기술이나 장치를 활용한 것이 아님에도 상상을 뛰어넘는, 영화보다 더 생생하고 압도적인 무대 구현은 공연의 매력을 200% 이상 만끽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보기도 좋지만 성인 관객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든다. 쉽게 올 수 없는 기회이기에 꼭 한 번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사진=Joan Marcus ⓒDisney] |
뮤지컬 '라이온 킹'은 오는 12월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뒤, 2019년 1월10일부터 3월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4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 개막작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