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최근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쿠바, 베네수엘라들과 친교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미국 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시위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가들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을 국빈 방문한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를 환송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초 북한을 방문한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극진히 환대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디아스카넬 의장을 공항에서부터 영접하는 동시에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길에 함께 카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또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았던 노동당 본부청사로 디아스카넬 의장 부부를 초청, 디아스카넬 의장과 회담을 나누는 한편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받았던 국빈급 의전에 준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은 조만간 중남미 순방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쿠바, 베네수엘라를 공식 방문하고 멕시코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북한이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쿠바,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은 모두 미국과 대립 관계인 국가들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월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대쿠바, 대베네수엘라의 군사, 정보 서비스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검토 중인 국가다.
미국의 이러한 제재 조치 발동 계획에 대해 쿠바는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멕시코 역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민자 문제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불법 이민자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곧 멕시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자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멕시코는 앞으로 더욱 더 강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 건설현장을 현시 시찰하면서 눈을 맞고 있다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북한은 미국에 ‘우리는 미국 외에도 대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며 “최근 중국, 러시아 등과 교류를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매튜 하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북한은 우방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맺어 온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세계에 ‘북한에도 친구 혹은 동맹이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매튜 하 연구원은 다만 북한의 이런 시도가 실제 북미 협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매튜 하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외교활동은 쉽게 말해 ‘지지 세력 확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북미 협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진 못하겠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에 목소리를 보태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은 성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쿠바 정상의 방북,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쿠바 방문도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말 북한이 북미협상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고 싶다면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부터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