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미국 금융감독당국이 동맹국의 은행을 북한과 금융거래를 이유로 벌금형을 내렸다. 대북제재의 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주요 시중은행 미국지점에 따르면 마리아 불로(Maria T. Vullo) 미국 뉴욕금융감독청(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 금융서비스 감독관은 지난 19일 프랑스의 소시에떼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SA) 뉴욕지점을 ‘경제제재와 자금세탁방지(laws governing economic sanctions and anti-money laundering laws)에 관한 법 위반으로 4억2000만달러(한화 4700여억원)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미국 달러화를 미 정부가 제재국가로 정한 북한, 이란, 수단, 쿠바와 거래를 금지하고, 자금세탁방지와 관련 △자금세탁(AML) 프로그램 가동과 △잠재적 은행 보안 규정(Bank Secrecy Act BSA)에 필요한 ‘거래 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뉴욕금융감독청이 프랑스의 소시에떼 제네랄에 자금세탁 방지 및 경제제재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한다는 공문 원문. 북한과의 50만달러 금융거래도 제재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진=뉴욕금융감독청] |
뉴욕금융감독청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OFAC(해외재산관리국) 등과 함께 조사를 벌여 소시에떼 제네랄 뉴욕지점이 2003~2013년 사이 법 위반 사실을 찾아냈다.
경제제재법 위반으로는 제재국가인 북한과 50만달러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거래가 미얀마 1400만달러, 리비아 1억4500만달러, 이란 1억4000만달러, 수단 3억3300만달러 등 총 83억달러에 이르렀다. 자금세탁 규정 위반으로는 쿠바, 이란 등과 역외 시장에서 총 130억달러를 거래했다.
마리아 불로 뉴욕금융감독청 감독관은 “소시에떼 제네랄이 국제 제재 규준 준수 인프라와 자금세탁감시시스템 부족으로 직원들이 제재대상 국가와의 거래를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보는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 당국이 소시에떼 제네랄처럼 북한과의 경협이 자금세탁방지법과 경제 제제국가와의 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7곳과 컨퍼런스 콜을 통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경고하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미국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의 미국 뉴욕 지점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법규 이행과 관련된 감독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지난달 10일 은행권 준법감시인을 모아 대응책을 마련했다. 미국 법규, 감독 당국 지적사항 등을 반영한 해외 지점의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은행 자체적으로 연 1회 이상 위험 평가를 하도록 했다. 또 미국 지점의 자금세탁방지 제도 이행 부분을 중점 점검항목으로 선정, 연 1회 이상 본점 차원에서 현장지도와 점검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은 “미국이 과거엔 제재 대상국 기업과 거래하는 명백한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금융회사를 제재했지만, 2~3년 전부터 아시아계 은행에 대해 의심 거래 미보고, 담당자 전문성 결여, 관련 내규 미흡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사유로도 제재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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