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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없는 시내버스, 난폭운전 '빨간불’...벌금은 고작 10만원

기사등록 : 2018-11-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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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서울 버스 난폭운전 민원 4223건
'전 도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의무화...시내버스는 제외
난폭운전해도 운전자 벌금 10만원...‘솜방망이’
자치구 “인력 부족해 단속도 힘들다”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난폭운전 실태가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많은 승객을 태우는 버스는 더욱 안전운행이 요구되지만 난폭운전 및 승하차전출발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내버스는 지난달 28일부터 시행하는 '전 도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의무화 대상이 아닌 탓에 탑승객이 난폭운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박 깨지는 소리가”...위험천만 곡예운전

서울 노원구 주민인 A(30)씨는 주말이었던 지난달 13일 오후 1시쯤 지하철 하계역 인근 장미아파트 버스정류소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버스를 기다리던 A씨와 시민들은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상에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알림을 보고 정류장에 일렬로 줄섰다.

그런데 달려오는 버스의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A씨에 따르면 버스는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정류장에 진입하다가, 갑자기 승객들이 있던 인도 바로 앞에서 차량 머리를 왼쪽으로 꺾으며 멈췄다.

곡예에 가까운 급정차는 결국 사고를 냈다. A씨는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백미러에 머리를 그대로 부딪쳤다”며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A씨를 비롯한 다른 시민들도 휘말릴 뻔했다.

다행히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버스 운전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가해자가 사람 머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변명을 3번이나 늘어놨다”며 “본인은 절대 보도블록을 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최근 4년간 서울시 버스 난폭운전 4223건

23일 서울시 교통불편 민원신고 현황에 따르면 이러한 버스 난폭운전 민원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접수된 버스 관련 민원만 총 8725건이다. 이 가운데 난폭운전은 842건으로 10%가 넘었으며 승하차전출발 및 무정차통과는 5069건으로 전체 60%에 육박했다.

앞선 3년 역시 난폭운전은 △2014년 1339건(11%) △2015년 992건(10%) △2016년 1050건(11%)으로 꾸준한 비율을 유지했다. 승하차전출발·무정차통과도 △2014년 6715건(56%) △2015년 6028건(59%) △2016년 5477건(57%)으로 상당한 숫자를 보였다.

◆단속 실효성 없다시피...운수업체 과징금 ‘0원’인 경우도

해마다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단속 실태는 매우 부실하다. 우선 서울시가 난폭운전을 적발하더라도 최종 행정처분은 자치구 소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신고를 받든 단속을 하든 결국 각 구청으로 이첩돼 그쪽에서 행정처리한다”고 말했다.

정작 자치구는 인력난을 호소한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단속이 어렵다”며 “주로 시민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내버스보다 기사 처우가 더 열악한 마을버스의 경우 신고가 들어오면 운전자가 그만둬버리는 등 현장에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가깝다. 동작구청에 따르면 난폭운전에 따른 버스운전자의 벌금은 고작 10만원이다. 운수업체에게는 과징금 120만원을 부과한다. 승하차전출발 및 무정차통과의 경우 운전자 벌금은 10만원으로 동일하지만 운수업체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전무하다.

일본 시내버스 내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승객안전띠 필요성 제기...외국은 엄격한 원칙으로 다스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승객 안전을 위해 시내버스 내에도 안전벨트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금방 내리고 타는 시내버스 특성상 승객들이 손잡이만 잡고 서있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의 경우 버스 운전자가 조금만 부주의해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독일과 일본 등도 시내버스에 안전벨트가 없기는 마찬가지란 점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일본은 안전띠 대신 엄격한 안전운행 원칙과 단속을 통해 과속 및 난폭운전을 막고 있다. 서울을 자주 방문하는 일본인 쓰지모토(24·사이타마현)씨는 “일본 버스는 절대 탑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거나 멈추는 일이 없다”며 “이와 달리 한국 버스는 탈 때마다 불안해서 졸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beo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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