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마리화나(대마)는 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 했던 발언이다. 금기(禁忌)의 영역에 갇혀 있던 마리화나가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주(州)가 30개에 달한다. 스웨덴, 핀란드 등과 캐나다, 호주 역시 의료용 대마는 합법이다. 우루과이, 칠레, 방글라데시 등도 의료용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이다.
기호용(오락용) 마리화나도 합법화하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워싱턴, 알래스카, 네바다 등 8개 주에서 이미 허용했고, 매사추세츠는 지난 7월 허용했다. 캐나다 역시 지난 6월부터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를 승인했다. 독일 역시 기호용 마리화나에 대한 합법화를 준비하고 있다.
토론토 트리니티 벨우드 공원에서 한 남성이 마리화나가 그려진 캐나다 국기를 들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 세계 마리화나 시장 규모는 53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맥주(1055억달러)보다는 작지만 와인(422억달러)보다 크다. 세수 확대를 목적으로 한 합법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합법화 물결에 힘입어 마리화나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마리화나 상장지수펀드(ETF)'가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됐다. 현재 미국 증시를 통해 거래가 가능한 마리화나 관련 ETF는 5종, 상장기업은 66개에 이른다.
대마[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돈 벌고 싶다면 '착한 주식' 버리고 '나쁜 주식'에 투자하라
투자자들은 새로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어드바이저셰어스(AdvisorShares)의 ‘바이스(VICE) ETF’는 지난 2월 말 운용보고서를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21%를 마리화나 관련주에 투자 중이라고 밝혔다.
댄 애런스(Dan Athrens)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리화나의 합법화 흐름이 마리화나 관련 기업에 매력적인 성장 토대를 제공해 주가가 우상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담배, 주류 관련주들이 보여준 성과를 마리화나 관련주들이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랭크 J. 파보치(Frank J, Fabozzi) 예일대 교수는 지난 2008년 '포트폴리오 운영 저널(The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 가을호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죄악주 수익률(Sin Stock Return)'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7년까지 21개국의 주류, 섹스, 담배, 무기, 유전자 조작, 카지노, 도박 등 소위 '나쁜' 사업을 영위하는 267개 기업의 주가는 연평균 19.02% 올랐다. 벤치마크 대비 연평균 11.15%포인트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나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원조 격인 미국 '바이스펀드(VICE FUND)'는 2002년 8월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연평균 10.70%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S&P500의 연평균 상승률 7.72%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반면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도미니펀드(Domini fund)는 1991년 6월 출시 이래 연평균 8.47%의 성과를 거뒀다. 이 펀드는 술·담배·도박업체, 환경과 동물 보호에 소홀한 기업에는 일절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같은 기간 S&P500의 연평균 상승률(9.74%)에 못 미치는 결과다.
지난해 이 두 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바이스펀드가 25.72% 수익률을 기록한 데 비해 도미니펀드는 15.42%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프랭크 교수는 죄악주가 초과수익을 낸 이유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저평가 △높은 진입장벽을 꼽았다. 그는 "죄악주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세수 증대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죄악주 전반의 투자에 흥미로운 환경"이라며 "배당 확대 가능성 측면에서도 죄악주 투자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KT&G, 강원랜드 등도 고배당주로 꼽힌다.
◆ 지난해 첫선 보인 마리화나 ETF 최근 5개까지 늘어
지난해부터 캐나다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마리화나 ETF는 5개로 늘었다. 'Horizon's Marijuana Life Sciences'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캐나다 자회사인 호라이즌ETF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상장한 것이다. 토론토 증시에 이어 1주일 후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거래소에도 연이어 상장했다.
현재 시가총액 7억7400만 캐나다달러(약 6639억원)로 마리화나 ETF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이 펀드는 최대 규모의 마리화나 생산자 및 생명공학 기업에 투자 중이다.
지난해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글로벌 마리화나 행진'에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2017.05.06.[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리화나 4대 기업으로 꼽히는 캐노피(Canopy), 오로라(Aurora), 아프리아(Aphria), 메드릴리프(MedReleaf)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이 펀드는 연초 18달러로 출발해 합법화의 흐름을 타고 지난달 15일 26달러꺼지 올랐다. 지난 1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수준인 2억5000만달러가 유입됐다.
호라이즌ETF가 만든 또 다른 'Horizon's Emerging Growers ETF'는 마리화나 재배자에게 투자 포커스를 맞췄다. 마리화나 관련 제약, 바이오 또는 연관 기업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또 초기 단계의 마리화나 재배자 및 생산자 등 소형주로만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그 결과 캐노피, 오로라, 아프리아 등 마리화나 대형주는 현재 포트폴리오에 없다. 지난 2월 14일 캐나다 증권거래소(Anequitas Neo Exchange)에 상장됐고, 현재 미국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ETFMG Alternative Harvest'는 미국 기반의 가장 큰 마리화나 ETF다. 이 펀드의 특징은 대마회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담배회사에도 투자한다는 것. 향후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될 경우 담배회사들이 해당 산업에 진출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염동찬 연구원은 "호라이즌ETF와의 차이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ETFMG(EFT Manager Group)사는 현재 16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운용자산은 20억6680만달러에 이른다. 뉴욕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전자거래 플랫폼인 'NYSE 아카(ARCA)'에서 거래 중이다.
캐나다 레드우드(Redwoods)자산운용사가 출시한 'Redwoods Marijuana Opportunities Fund'는 지난 2월 1일 캐나다 증시에 상장됐다. 펀드 자산의 25%를 현금으로 갖고 있다는 게 이 펀드의 특징이다.
이 회사 펀드매니저는 "큰 비중의 현금 보유로 고평가 시장에서 저평가 시장으로 전환될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전문가들로부터 아직은 펀드 규모가 작아 운용상 제약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운용사 이볼브(Evolve ETFs)가 운용 중인 'Evolve Marijuana ETF'는 대형 5개사 투자비중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은 12개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펀드 규모가 너무 작아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거나 펀드 성과를 측정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이 펀드에서도 소규모 펀드의 고유 특성인 유동성 한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펀드는 지난 2월 12일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들 외에 앞서 언급했던 바이스ETF 등 죄악주 ETF를 통해서도 마리화나 투자가 가능하다. 바이스ETF는 지난해 12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국내 기업으로는 뉴프라이드, 오성엘에스티, 이디, 에스씨디 등이 공시를 통해 의료용 마리화나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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