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 정부의 계속되는 '줄다리기'에 투자자들이 진이 빠졌다. 지난 6개월 동안 혼란을 겪은 이탈리아 국채 투자자들이 이제는 양측의 장기적인 교착상태에 대비하면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에 적응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주 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 계획은 이전의 약속들을 "심각하게 준수하지 않는다"며 "과도한 적자 절차"의 개시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의 적자지출 계획이 과도해 초안을 수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이탈리아가 기존 예산안과 거의 동일한 수정안을 제출해 EU가 이같은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양측의 줄다리기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주 이탈리아 국채 발행에 대한 소매 부문의 수요는 저조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가계의 상당한 수요를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정부는 리테일 부문에서 4일 동안 22억유로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70~80억달러를 모았던 평상시 수준에 크게 미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격과 반대) 주초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3.41%로 7bp(1bp=0.01%포인트) 빠졌고, 유럽 금융시장의 위험 심리를 보여주는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와 동일 만기 독일 국채 금리의 스프레드(격차)는 306bp로 5bp 좁혀졌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상승하지 않아다는 것은 일부 투자자에게 시장이 현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거나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괜찮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FT는 해석했다.
소시에떼제네럴의 아담 커피엘 금리 전략 책임자는 이탈리아의 예산안 승인은 "긴 과정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대부분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부정적인 헤드라인만 봐 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다시 확대되지 않은 이상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와 동일 만기 독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300bp보다는 200bp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 필요 자금의 95% 이상을 이미 조달한 만큼 이탈리아 국채 수요에 대한 의문은 일단 뒤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의 피터 차트웰 금리 전략 부문 책임자는 "이탈리아의 꼬리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EC의 이번 주 움직임은 이탈리아 예산에 대한 현 국면의 끝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채 시장으로 복귀하는 일부 투자자도 있다. 롬바르드 오디에르 프라이빗 뱅크의 스테판 모니에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탈리아 국채를 지금 당장 보유해야 할 좋은 이유들이 있다"며 "시장은 이탈리아의 정치적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가격을 책정했으며 이탈리아의 상환 능력에는 위험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의 경제 전망에 집중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주 EC에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 1.5%를 고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로 전망하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내년 1.3%의 성장을 예상했다.
커피엘 책임자는 "내년 처음 몇 달 이탈리아의 성장 환경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금리 격차는 새로운 확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LC 매크로 어드바이저스 설립자이자 전 이탈리아 재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조 코도그노는 내년에 예정된 상당한 규모의 국채 발행을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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