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지역 체감경기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틈새 공략에 나섰다. 수도권 영업망을 강화해 중소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내년도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올해보다 7~8% 늘어난 25조원 가량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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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대출의 70% 이상이 대구·경북에 집중된 만큼 수도권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경기도 부천과 대전에 지점 개설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수도권 영업점에 기업영업 전문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여신기획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에 영업전략을 집중하는 한편 포트폴리오를 개선하자는 차원"이라며 "지역이 집중하고 있는 산업 외에 다른 업종에서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수도권 영업을 확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공략으로 효과를 본 광주은행도 영업망 확대를 이어간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과 지역의 영업자산 비중을 5대5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광주은행은 2014년 4곳에 불과했던 수도권 점포를 3년여 만에 31곳으로 늘렸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2~3층에 소규모 전략 점포를 둬 고정비용을 최고화하면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소규모 점포에선 소상공인과 가계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거점 대형 점포에선 대규모 거래를 취급하는 방식이다.
광주은행 대출금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말 25.4%에서 2018년 상반기 36.1%로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위례·평택·미사 등 신도시에 신규 점포 3~5곳을 추가로 열어 수도권 영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수도권에 17곳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해 서울·경기의 신도시 상업·업무지구에 위치한 마곡지점·위례신도시지점·동탄역지점을 동시 개점해 서울잠원 폐점 이후 21년 만에 수도권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지방은행이 수도권 공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지역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과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으로 자동차부품업, 기계업 등 지역 제조업 체감경기는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광주·전남지역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기업경기를 조사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IS)는 75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구·경북 제조업 BSI도 56로 전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에선 시중은행과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여력이 있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예대율이 낮아 추가 자금조달 없이도 대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의 예대율은 각각 94.6%, 96.2%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 예대율이 97.8%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제재가 있기는 하지만 예대율 가중치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다"며 "지방에는 대출 수요가 부족해 수도권에서 시중은행의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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