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시장이 내년 성장둔화를 맞을 것으로 예측되는 탓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라인. [사진=SK하이닉스] |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와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IC인사이츠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보다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WSTS는 내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매출 기준)가 올해 1651억달러(한화 185조771억원)에서 0.3% 줄어든 1645억달러(한화 184조4045억원)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61.5%, 올해 33.2%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D램 익스체인지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격하락을 예상했다. D램은 15~20%, 낸드플래시는 25~30% 가량 올해보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IC인사이츠는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올해보다 약 20% 줄어든 180억달러(한화)를, SK하이닉스는 올해보다 약 22% 줄어든 100억달러(한화)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상황과 더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밝지 않다.
양사는 올해 시장의 슈퍼 호황으로 3분기 누적으로 각각 36조8100억원, 16조4130억원의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내년 연간 영업이익(한국투자증권 기준)은 올해보다 각각 18%, 23% 감소한 51조7940억원, 17조548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의 공급과잉이 지속, 모바일 D램 역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3분기에 이미 10% 이상 하락한 낸드 가격은 하반기까지 하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모바일 D램은 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비수기인 내년 1분기 모바일 D램 수요 및 가격이 예상보다 더 약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일단 내년 국내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규모와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모바일 프로세서, 이미지센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에 내주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총괄(DS 부문장)에 김기남 사장을 선임하고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바 있어 이번 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우시 정부의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우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된 인사 및 조직개편이 예고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시스템IC 사장으로 선임된 김준호 사장이 맡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다시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의 큰 변화(조직개편)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메모리의 침체로 앞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으로, 특히 파운드리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파운드리 시장규모는 112억4500만달러(한화 약 13조원)를 기록해 전년도 74억6000만달러(한화 8조억원)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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