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뿌리깊은 한국당의 계파정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과 구속으로 친박계는 구심점이 사라졌다. 이에 친박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여기에 '친박', '비박', '친이' 등 정치 지도자에 의해 의원들의 성향이 분류되던 관행을 깨고 당 내부에서도 계파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진의원들이 연석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은 하나같이 '계파'에 대해 우려했다.
나경원 의원은 "저희 당 내에서 더이상 친박, 비박 등 계파 갈등이 없어지는 통합을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면서 "당 내에서 친박, 비박 등의 용어를 금기어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도 "언론에는 계파구도가 많이 등장하지만 실제 의원들을 만나보면 '내가 어느 파다'하는 분들은 하나도 없다"며 "계파는 관성 법칙에 따른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당 최대 세력이었던 '친박', 구심점 없이 분화하고 있다"
의원들의 발언처럼 실제 한국당 내에서는 계파 색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당 내에서 최대 세력을 차지했던 '친박'계 의원들은 최근 계파보다는 각자도생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재심판 해야 한다며 여전히 친박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친박 의원 색채가 강했던 윤상현 의원은 최근 '보수 대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계파색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윤 의원은 최근 복당파인 주호영 의원과 합동 토론회를 열고 "자꾸 친박, 비박 거론하는 것은 국민 아무도 관심 없는 무의미한 당내 멱살잡이일 뿐"이라면서 "총선이 1년 반 남은 상황에서 지금은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구심점이 없어지면서 친박계가 흩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던 서청원 의원은 탈당했고, 최경환 의원은 구속됐다.
김무성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비박계가 높은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은 구심점이 없어 분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민 대다수가 찬성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친박계는 이미 흩어졌다고 봐야 한다. 살려면 친박계 의원들도 각자 다른 노선을 취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보수우파 등 이념으로 통합돼야"…선거 앞두고 통합 목소리 높아
당 내에서는 보수통합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특히 다음달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3월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통합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통장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yooksa@newspim.com |
복당파와 잔류파 등으로 나뉘어 보수 분열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한국당 내부, 그리고 이념을 같이 하는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
김무성 의원은 "선거에서 이기려면 단결해야 한다"면서 "우파가 분열되면 목적달성이 안 된다. 선거 앞두고 화해하고 용서해 합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상현 의원도 태극기세력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전체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강조하며 보수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뿐 아니라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만남을 갖는 등 보수정당들 간 교류도 점차 잦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한국 정치가 정치 지도자를 중심으로 세력을 이뤘다면, 이제는 이념으로 뭉쳐야 할 때"라면서 "문재인 정부에 맞서고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수도 이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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