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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퀸 음악 감상하면 반도체 상생 원리 보인다

기사등록 : 2018-12-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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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음악은 왜 금지곡이 됐나

대학 입학생 시절인 1980년대 초 우연히 친구 집에서 LP 판으로 ‘퀸(Queen)’의 음악을 들은 적이 있다. 강렬하고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났다.

      김정호 교수

최근 퀸의 영화가 극장가에서 인기리에 상영되면서 퀸 음악이 다시 듣고 싶어졌다. 가족들도 같이 극장에 가고 싶어했지만 출장 등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유튜브로 헤드폰을 끼고 퀸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 퀸의 대표 곡인 ‘모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를 수십 번도 더 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 유튜브 영상 주소와 일부 가사는 다음과 같다.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방아쇠를 당겨서, 이제 그 사람은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엄마, 인생이 막 시작됐는데)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지금 내가 다 내팽개쳐 버린 거에요)

Mama, oooh - Didn't mean to make you cry
(엄마, 우우우 - 울리려던 건 아니었어요)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만약 내일 이맘때 내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Carry on, carry on
(살아 가세요, 계속 살아 가세요)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Too late, my time has come

(늦었네요, 내 차례가 왔어요)

Sends shivers down my spine
(등골이 오싹하고)

Body's aching all the time
(계속 몸이 쑤시네요)

 

Goodbye everybody - I've got to go
(모두들 안녕히, 나는 가야만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여러분 모두를 떠나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Mama, oooh - (Any way the wind blows)
(엄마, 우우우) ''(바람이 어디로 불든지)''

I don't wanna die
(나 죽기 싫어요)

 

가사 내용이 매우 우울하고 비관적이고 회의적이다. 슬픔과 아쉬움이 깔린다. 요즘 발바닥에 밟히는 젖은 가을 낙엽 같이 쓸쓸하고 외롭다. 음악도 뜨겁지만 가사 내용도 강열하고 반항적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한때 ‘금지곡'이었다.

가수 ‘프레디 머큐리’는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에서 우러나는 감정을 고스란히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행동으로 표출함으로써 폭발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4옥타브를 오르내린다는 광폭의 음색과 공연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격정적인 무대 매너는 관중의 가슴을 온통 헤집기 일쑤다. 

그런데 프레디 머큐리는 영국의 록음악 가수지만 영국인치곤 매우 이색적인 외모를 갖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란계 피를 이어 받았고,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인도출신 아버지를 두었고 아버지는 인도 식민지 공무원이었다. 종교는 폐르시아계 조로아스터 신자의 후손이다. 잔지바르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인도계의 탄압을 피해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하고 결국 영국의 대표적 록그룹 퀸의 리드 보컬이 되었다. 전설의 가수로 등극한 뒤 이후 에이즈로 사망하였다.

이렇게 보면 프레드 머큐리는 이란, 아프리카, 인도, 영국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합쳐져서 탄생했다. 그래서 다문화와 다종교 융합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퀸과 프레드 머큐리의 음악성의 상징이다. 프레드 머큐리의 얼굴 외모도 이미 융합형이다. 그래서 그토록 다양한 감정과 사상, 음악이 녹아있는 곡을 작곡하고 열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수 그룹에 속한 집단이 다문화, 다종교 예술의 꽃 피울 수 있는 영국의 포용성과 융합력이 놀랍다.

스마트폰 용 프로세서 (AP, Application Processor) 설계회사 ARM 도 영국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Imagination Technologies Group plc)라는 GPU(Graphic Processor Unit) 반도체 칩 설계 및 개발 회사도 영국에서 나왔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1975년 11월 21일 발매된 퀸의 앨범 사진. [출처: 나무위키]

반도체에 꼭 필요한 '불순물'(Minority Carriers)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도 소수자에 대한 역할을 존중하고, 그들이 서로 협력하고 융합해서 탄생했다. 오히려 소수자(‘Minority’)인 ‘불순물’들이 반도체 소자 안에서, 전하 운반자(Minority Carrier)로써 동작해 디지털 전기 스위칭 동작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도체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물질로 구성된 불순물 없이는 메모리 반도체도 없고 프로세서 반도체도 없고, 그 결과 4차 산업혁명도 없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반도체는 실리콘(Si) 물질을 사용한다. 주기율표 상에서 14번 원소이고, IV 족에 속해 있고 비금속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여기에 불순물로 인(P, 15번 원소)을 넣게 되면 실리콘 내에 전자가 남아 돈다. 그래서 이 전자는 전하 운반자가 된다. 이 불순물들이 만든 전자가 전류를 흘리고 디지털 스위칭을 한다. 이렇게 V 족 원소인 불순물을 넣은 반도체를 n 형 반도체라 부른다. 이 n형 반도체는 주로 디지털 값이 ‘1’에서 ‘0’으로 변환할 때 켜지는 전류 통로이다.

실리콘 반도체의 전류를 키고 끄는 트랜지스터 구조는 대표적으로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가 있다. 이 CMOS 구조에는 n 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가 작은 마이크로 미터 공간에 서로 3 차원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들이 서로 협력해서 원하는 디지털 동작을 만들어 낸다. 이러하니 반도체에도 소수자의 역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이들이 서로 협력해서 놀라운 기능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도 융합과 포용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탄생했다. 독선과 교만은 창조와 혁신의 적이다.

IV 족인 실리콘 반도체와 그 불순물(III, V 족)들의 원자번호를 보여주는 주기율 표. [출처: ZUM 학습백과 ]

 

실리콘 반도체에 인(P) 원자와 붕소(B) 원자를 불순물로 사용해서 만든 n 형 반도체와 p 형 반도체 결정 구조. [출처: 기계연구원]

 

n 형 반도체와 p 형 반도체가 공간적으로 결합된 실리콘 CMOS 트랜지스터 구조. [출처: 정보통신 기술용어 해설]

융합과 포용력이 4차 산업혁명의 생명

퀸 음악의 가치와 감동을 40년 만에 다시 느낀다. 유튜브의 힘을 빌어 수시로 헤드폰을 끼고 듣고 있다. LP 판이 없어도 듣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댓글도 같이 읽으면서 극장에 가지 못했지만 공감한다. 극장 안에서 다리를 같이 구르지는 못하지만 심장은 같이 뛴다. 동시에 영국에서 위대한 록그룹 퀸의 탄생은 영국 식민지 개척의 성과물인가 아니면 영국 문화적 포용력의 결과인가 의문이 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원’이 ‘데이터’이고 노동이 ‘인공지능’이다. 그러면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포용과 융합, 소수에 대한 배려도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기술과 혁명은 유한하고 예술은 무한하다. 아직 인공지능의 창작 수준이 다행이 퀸의 예술에 접근하지 못했다.

 

joungho@kaist.ac.kr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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