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3일 ‘양승태 사법농단’ 윗선으로 지목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주요 혐의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청구서 분량은 박 전 대법관 약 150쪽, 고 전 대법관 100여쪽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임 전 차장의 공소장 경우는 240여쪽에 달한다.
이를 미뤄, 박 전 대법관의 혐의가 고 전 대법관 보다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
수사팀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인 지난 2014년 10월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일본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조치를 논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등 임 전 차장 혐의와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정무수석 등도 함께 모였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를 총괄했다. 이 기간 동안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실장에서 2015년 8월 차장으로 승진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8월 조사를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 판결을 늦춰달라고 법원행정처장에 요구했다”고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이규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에게 지시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맡은 재판부와 접촉하도록 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에게 지시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맡은 재판부와 접촉하도록 한 의혹을 받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과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핌 DB] |
이와 함께 고영한 전 대법관은 재직 당시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관련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6년 당시 문 부장판사는 자신의 스폰서이던 건설업자 정모씨 재판 관련 내용을 유출했지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이를 확인하고도, 징계없이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 전 대법관은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고기일을 미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무마하거나, 선고기일을 지시하는 등 의혹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관련,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에 따른 범죄 행위”라며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몰래 자기 사적이익을 위해 범행한 것이 아니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임 전 차장 직급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사법농단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 전 차장은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속도는 사법농단 최정점 양 전 대법원장으로 급격히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농단에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임종헌과 양승태의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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