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힙합 레이블 메킷레인에서 수장 루피와 소속 아티스트 나플라가 Mnet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출연 전부터 함께 우승을 하자던 두 사람의 꿈과 같은 약속이 이뤄졌다.
‘쇼미더머니777’에서 단연 우승후보로 점쳐졌던 나플라와 루피가 ‘루플라’라는 이름으로 싱글 앨범을 4일 발매한다. ‘워크 업 라이크 디스(Woke Up Like This)’ 발매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두 사람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이 만났다.
래퍼 나플라(왼쪽)와 루피 [사진=메킷레인] |
“애초에 ‘쇼미더머니’ 나가기 전에 루플라 앨범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출연 전부터 1, 2위를 나눠서 하자는 얘길 했고, 다행히도 그렇게 됐어요(웃음). 한국에 솔로 래퍼는 정말 많아요. 그런데 다이나믹듀오, 슈프림팀처럼 듀오 그룹이 없더라고요. 대중 분들도 듀오 팀을 고파한다고 생각해서 루플라 앨범을 먼저 내게 됐어요.”(나플라)
이번 ‘워크 업 라이크 디스’는 루피와 나플라가 공동 작업한 곡으로, 하나의 곡이지만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 느낀 일상이 곡에 담겨 있다.
“제가 밤에 생활하는 스타일인데, 곡 작업을 한 그날따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어요. 기분 좋게 창문을 열었는데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더라고요. 제가 그때 느낀 기분 좋은 감정과 분위기가 곡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반면 나플라는 ‘쇼미더머니’ 이후 바뀐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담아냈어요. 비록 곡이 하나의 주제를 향해 가진 않지만, 제가 원했던 대로 나와서 좋아요.”(루피)
1, 2위를 함께 하자고 꿈꿨고, 루플라 앨범까지 계획했다. 목표했던 바가 그대로 맞아 떨어져 앨범까지 제작했다. 만약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이들이 생각했던 경우의 수가 또 있었을까.
래퍼 나플라(왼쪽)와 루피 [사진=메킷레인] |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1, 2위를 하면 가장 이상적인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렇게 되지 못했다면 저희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에서 저희만의 방식과 멋으로 쉬지 않고 표현했을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는 저희 메켓레인이라는 레이블과 소속 아티스트를 가장 빠른 시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지름길을 택했던 거죠.”(루피)
“만약 우승을 안 했더라도 루플라 앨범은 냈을 것 같아요. 루피 형과 앨범을 꼭 같이 내고 싶었거든요. 이번 프로그램 나가면서 관심도가 올라왔을 뿐이고, 지금 앨범을 내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나플라)
나플라는 출연과 동시에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다른 래퍼들의 경쟁 대상이기도 했다. 결국 우승은 이변 없이 나플라가 차지했다. 그는 가장 떨리던 순간으로 TOP3를 꼽았다.
“TOP3때가 제일 긴장됐어요. 누가 떨어질지 전혀 모르잖아요. 루피 형이랑 1, 2위를 하자고 했는데 안 될 수도 있었고요. 그때가 가장 떨리던 순간으로 남아요. 일단 제가 우승한 건 행복해요(웃음). 만약 루피 형이 우승을 했어도 아쉬움은 없었을 거예요.”
래퍼 나플라(왼쪽)와 루피 [사진=메킷레인] |
특히 루피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음원차트 1위를 경험했다. 비록 pH-1, 키드밀리와 함께 한 팀 미션곡이었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아이돌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음원시장에서 비주류인 ‘힙합’으로 1위를 한 셈이다. 하지만 루피는 “허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솔직하게 말하면 허탈했어요. ‘굿데이(Good Day)’라는 팀 음원이 1위를 했다는 얘길 코드쿤트스트한테 들었어요. ‘메가 히트’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얼마나 잘 된 된 건지 전혀 몰랐어요. 처음 겪었으니까요. 사실 ‘쇼미더머니’ 출연에 대해 부정하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했는데 이 플랫폼을 이용하자마자 음원차트 시장에서 1위를 한다는 게 기쁨과 동시에 허탈하더라고요. 그땐 조금 복잡했어요.”(루피)
루피가 설명한대로 그는 ‘쇼미더머니’라는 힙합 플랫폼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그렇기에 방송 초기에 스윙스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한 레이블의 수장이 이번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정짓기 까진 꽤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당시엔 ‘한국에 있는 래퍼들은 ‘쇼미더머니’라는 플랫폼이 아닌, 그보다 신선한 플랫폼을 가져와서 ‘쇼미’만큼의 인기를 받을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몽상가적인 기질이 있어서 남들이 하는 건 재미없다는 생각이 강했고요. 그리고 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가는 것이 메킷레인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오만했던 거죠. 제가 자존심을 굽히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더라고요. 말의 번복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원하는 곳에 가려면 ’쇼미더머니‘는 지름길이었죠. 지금은 만족합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