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에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이 문을 연다. 다만, 이 병원은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허가가 나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 국내 의료체계나 의료비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각해 낸 대안이다.
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결을 열고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발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참고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로써 녹지병원은 지난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동북아 의료허브를 구상하며 영리병원을 허용하기로 한 지 16년만에 문을 연 첫 영리병원이 됐다.
국내에 처음으로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 달리 외부 투자를 받고 진료 수익이 생기면 배당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병원으로, 공공의료인력 유출과 비급여 진료를 통한 진료비 인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태국의 경우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이후 공공병원에서 영리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의료인력이 2003년 연간 607여명에서 2010년 1500명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6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00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은 공동 발표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영리병원 도입 시 추가로 필요한 의사·간호사·의료기사·약사 등 의료인력의 공급에 있어 비영리병원으로부터의 이동은 불가피하며, 도미노 현상에 의해 현재 의료인력 공급 취약 지역의 의료인력 수급 어려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영리병원이 국민의료비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도 경제나 국민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없거나 알 수 없다 지적하기도 했다. 당연지정제 완화 등의 추가적인 정책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영리병원은 의료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의료관광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한 인도에서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인도 도심부의 입원료가 공공병원에서는 9% 증가했고, 민간병원에서는 3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녹지병원 이 문을 열어도 진료비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진료과를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과로 한정한 성형외과·피부과 전문병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향후 내국인 환자를 받더라도 국내 공공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향후 녹지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와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며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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