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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대법관 영장] 사법농단 수사 반년…사법부-朴청와대 ‘검은 거래’

기사등록 : 2018-12-0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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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사법부 블랙리스트’ 폭로로 시작된 의혹
상고법원 대가로 전교조·강제징용 등 재판 개입
수사개시 6개월 만에 최초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6개월 남짓 달려온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가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헌정 사상 최초로 박병대·고영한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6일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사법농단은 겉으로는 사법부 내 부적절한 행위 등이 만연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재판 독립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사법부가 권력의 힘에 빌붙기 위한 사법부의 ‘셀프 독립성 포기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사법부의 독립성에 금이 간 ‘검은 거래’가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 시작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지난해 3월, 대법이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부임한 이탄희 판사를 통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 축소를 시도했으나 이 판사가 이를 거부해 부당인사 조치가 내려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벌어진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고영한 전 대법관(가운데)·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전 대법관은 이튿날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법원행정처는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이 판사가 법원행정처 근무를 희망하지 않아 겸임해제 발령을 했고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를 원하지 않아 언급할 수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파문은 커졌고 대법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 해 4월, 사법부가 일선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관리해왔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진상조사위는 “학술대회 축소지시가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판사들 동향 파악 파일이 따로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추가조사를 거부하고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그해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시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추가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조사위는 올 1월22일 “인사나 감찰 부서에 속하지 않는 사법행정 담당자들이 법관 동향이나 성향 등을 파악, 작성한 문서 가운데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다수의 문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추가조사위 발표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5월25일 “판사들에 대한 사찰은 있었어도 인사불이익은 없었다”는 모순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특조단이 공개한 조사 대상 문건 92건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에 반대 의견을 내는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박근혜 정부가 민감하게 여겼던 사건의 재판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 ‘상고법원’ 두고 삼권분립 버린 사법부…朴청와대와 적극 교감

특조단은 7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 192개를 추가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심 사건만을 담당하는 법원인 ‘상고법원’ 설치를 대가로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 조선일보 등 언론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겨 있다.

특히 양승태 사법부는 법원행정처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판결에 적극 개입하거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측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사법부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 판결을 늦춰달라는 청와대 측 요구를 받고 이를 실행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8월 검찰에 출석해 “2013년 12월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판결을 늦춰달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 ‘최종 지시자’ 양승태만 남았다

검찰은 정식 수사 개시 4개월여 만에 ‘윗선’과 연결고리로 지목됐던 임 전 차장을 구속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사법농단 의혹이 어느 정도 규명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지난달 19일, 24일 연속으로 소환했다. 임 전 차장과 전직 대법관들은 검찰 조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의 전범기업 측 법률대리인인 한모(68) 변호사를 직접 만나 소송에 관한 의견을 나눈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또 대법이 1년 8개월여 간 조사를 거치고도 부인했던 ‘법관 블랙리스트’ 자료를 무더기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검찰의 칼날은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검찰은 박·고 전직 대법관들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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