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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사라진 학교①]도심 떠나는 서울 명문고

기사등록 : 2018-12-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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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배문고·종로 대신고, 흑석뉴타운 이전 추진
중구 계성여고, 종로 풍문여고도 남녀공학 전환해 성북·강남으로 옮겨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가 원인...학교들 "존폐 위협"

[편집자주] 학생이 사라지고 있다. 학령인구(6~21세)가 최근 10년 사이 200만명이 줄었고 향후 10년간 130만명이 더 감소할 전망이다.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도심의 명문고는 학생을 찾아 떠나고, 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 장기적인 저출산 기조 속에 반전의 기미는 없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불가피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백년지대계’를 설계할 때다. 학생이 사라진 교육현장의 위기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교육정책 방향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1955년 개교한 용산의 배문고와 1938년 문을 연 종로의 대신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도심의 두 사립 고등학교가 최근 각자의 터전을 떠나 서울 동작구 흑석동으로 이전 경쟁에 돌입했다.

흑석동 인근은 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이 수십년간 불편을 겪어왔다. 더욱이 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2025년까지 1만 세대의 입주가 예상되며 고등학교 유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배문고를 우선 협상 대상학교로 지정하고 이전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11월2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창우 동작구청장과의 간담회에서 대신고 부지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흑석동으로 터전을 옮길 학교는 아직 안갯속이다.

이렇듯 두 학교가 이전을 바라는 이유는 학생 수 감소 현상 때문이다.

배문고는 지난 2016년 신입생 수가 258명에서 지난해 161명, 올해 120명으로 줄었다. 2년 사이에 절반 이 넘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올해 학교 이전 사실이 알려지며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6년 908명이던 전교생 수가 지난해 827명, 올해 750명으로 감소했다. 종로구 내 학생이 부족해 인근 서대문구나 은평구 거주 학생비율이 70%에 달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두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 수가 부족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1907년 설립돼 11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용산 보성여고도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단지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의 이전 요청에 따라 2023년 개교를 목표로 현재 이전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다.

또 성동구에 위치한 덕수고(1910년 설립)도 기존의 특성화계열은 남기고 인문계열을 2021년 3월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특성화고의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덕수고 역시 학생 수 감소 ‘광풍’을 견뎌내지 못했다.

최근 이미 이전을 마친 학교들도 있다. 중구 명동성당 옆에 있던 계성여고가 2016년 성북구 길음동으로, 종로구 안국동에 있던 풍문여고가 2017년 강남구 자곡동으로 이전했다. 이전과 함께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두 학교의 설립연도는 각각 1944년, 1945년으로 역사가 70년이 훌쩍 넘는다.

서울 도심 고등학교들의 이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대표적인 명문 고등학교인 경기고, 서울고 등이 강남으로 ‘강제 이전’ 됐다. 당시 고등학교 이전은 국가가 주도해 지역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재학생은 물론 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18개 학교가 강남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러나 현재 학교들의 이전 풍경은 과거와 매우 상반된다. 정부의 '강제 이전'이 아닌 학교가 학생들을 찾아 자발적으로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쌓아온 지역적 상징성을 ‘초기화’하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학령인구 감소가 학교의 존폐를 위협할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음을 방증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 감소는 서울 도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이야기”라며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학교를 새로 짓기 보다는 수요에 맞게 학교를 이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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