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제4차 산업혁명은 현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다. 기술의 혁신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이미 삶의 전반에 들어와 있고,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공연계에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작품이 이미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컴퓨터 공학 및 정보기술을 말한다. 더러우면 알아서 청소해주는 청소기나 목소리를 듣고 원하는 걸 찾아주는 스피커 등은 이미 익숙하다. 외형까지 사람과 닮은 로봇의 대중화도 멀지 않았다. 공연계는 여기서 나아가 상상력을 더해 감동의 메시지까지 전하고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사진=더웨이브]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2019년 2월10일,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헬퍼봇'이 주인공이다. 이미 시즌5, 시즌6 로봇이 탄생할 정도로 인공지능 로봇이 대중화된 미래에서 주인에게 버림받은 로봇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가 배경이다. 헬퍼봇5 '올리버'가 헬퍼봇6 '클레어'와 만나면서 겪는 해프닝, 옛 주인을 찾기 위한 여정, 함께 지내면서 변화하는 감정 등을 담는다.
앞서 지난 10월 막을 내린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한 '엠마'에게 도우미 로봇 '스톤'이 찾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지난 11월에는 CJ문화재단 신인 공연 창작자 지원사업 '스테이지업(STAGE UP)'에 선정된 작품 중 하나인 '로빈'이 리딩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로빈'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 로빈과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 딸 루나, 그리고 이 집의 비서 로봇 뉴빈 사이에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로봇'은 예전부터 소설, 영화 등 콘텐츠에서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공연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다. 인간과 로봇의 만남,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 등 로봇을 매개체로 오히려 더 휴머니즘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경우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와 재즈 잡지를 좋아한다는 설정과 클래식에 기반을 둔 음악, 아날로그적인 무대 연출로 이를 더 강조하고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곡가는 "요즘 애플의 '시리(siri)' 같은 게 점점 더 사람을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걸 사용하는 우리들은 점점 로봇같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로봇과 사람의 대비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공연이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 장면 [사진=크리에이티브와이] |
물론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발전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줬으며, 다양한 특수 효과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 3D프린터를 활용해 공연에 필요한 소품과 의상을 제작하거나,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뮤지컬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 특히나 인공지능 로봇은 특수한 효과가 없어도 배우의 연기만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무대 위에서는 SF적인 요소보다 '로봇'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한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공감을 주며 메시지나 감동도 줘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무대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들의 한계가 줄어들었고,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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