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개정된 조례에 따라 서울도시주택공사(SH)에 150억원의 폐기물시설 부담금을 부과해 승소한 서울 서초구청에 대해 대법원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 조례 개정"이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SH공사가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폐기물시설 설치비용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서초구청이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개정할 때 그 내용이 권리 제한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조례는 효력이 없다"고 전제한 뒤 "서초구청이 개정한 조례는 폐기물시설촉진법 및 시행령의 가능한 해석범위를 넘고,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과 다름 없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SH는 서울 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을 하면서 2011년 12월 관련 조례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의 부담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SH는 조례에 따라 약 30억을 부담금으로 산출해 서초구청에 부담금 납부계획서를 제출했다.
약 1년이 지난 2012년 10월 서초구청은 위 조례를 개정하고, SH 측에 개정된 조례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 부담금을 다시 산정하라고 요구했다. SH 측은 새로운 조례를 적용해 부담금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으나, 서초구청은 2013년 3월 새 개정된 조례에 따라 산정한 150여억원의 부담금을 SH 측에 부과했다.
이에 SH측 은 "부담금 납부계획서를 제출한 이후에 개정된 조례에 따라 부담금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초구청을 상대로 자신들이 계산한 부담금 30억을 제외한 120억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SH 측에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당시 시행 중이던 조례에 따라 납부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예측할 수 없는 사정에 따라 부담금의 액수가 달리 결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 사건의 경우 개정된 조례가 아닌 구 조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서초구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심은 "새로 개정된 조례를 적용하는 것이 사업 시행자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면서도 "이로 인해 침해 받는 사업 시행자의 이익과 개정된 조례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비교하면 조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사업 시행자의 이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새로 개정된 조례는 문언의 해석상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사업 시행자에게 새로운 비용 부담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라며 "재정된 조례 규정에 대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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